은퇴하셨나요? 은퇴를 준비 중이신가요? 혹은 은퇴 대비를 못해 고민 중이신가요? 1970년대생까지 50대에 진입했는데, 학력이 높고 경제력을 갖춘 세대라 풍요로운 노후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동시에 돈 걱정이 앞서고, 그 많은 시간에 뭘 할지 걱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잘 설계하면 제 2의 황금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중플 ‘은퇴 Who’ 시리즈가 노후 주거와 필요한 돈, 취미, 부부끼리 잘 지내기 등 은퇴 후 삶의 다양한 모습과 이정표를 보여드립니다.
첫 회는 은퇴족의 로망, 해외 한 달 살기. 여러 나라를 다닌 64세 은퇴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시죠.
소년을 포함해 4남매는 아무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강원도 화천 산골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늘 배가 고팠다. 밥 준다는 얘기에 7사단 군인교회를 찾아갔다. 그곳 야학에서 중학교 교과서를 뗐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잠깐 행복했다. 가발공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보내주던 누이가 결핵에 걸리기 전까지. 기숙사비를 내지 못해 쫓겨났다. 친구의 자취방에 얹혀 잠은 해결했지만, 빵 하나 사 먹을 수 없는 굶주림은 여전했다. 어느 날 홀린 듯 기숙사에 몰래 들어갔다. 밥을 훔쳐먹다 잡힌 소년에게 돌아온 처분은 퇴학. 다시 거리로 나왔다.
탈출을 꿈꾸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어딘가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 가면 일본행 밀항선을 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공사판에서 당시 큰돈이던 1만원을 모아 제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 유토피아로 가는 데에도 차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향으로 돌아와 이듬해 교육행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대학 갈 돈만 벌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가족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20살 청년은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맞았다. 대학의 꿈은 놓았지만 좋은 세상으로 갈 거란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은퇴와 함께 꾹꾹 눌러 뒀던 꿈을 담아 배낭을 쌌다.
2021년 6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다녔다. 배고픔에 몸서리치던 소년은 그렇게 자유를 얻었다. 50년 만에.
23개국을 돌며 한 달 살기를 해본 최수길(64)씨. 그는 구독자 25만 명, 영상 누적조회 수 6000만 회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수길따라’도 운영 중이다. 여행 중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 5060의 관심을 끌면서 어른들의 ‘빠니보틀’로 불린다.
소문난 잉꼬부부지만 대부분 한 달 살기를 최씨 혼자 한다. 은퇴 후 다녀온 23개국 중 부인과 함께한 건 일본 홋카이도와 베트남 다낭 딱 두 곳뿐이다. 부인이 따라나선 홋카이도와 다낭은 바로 이 점이 다른 나라들과 달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