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창업자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맡기고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 발굴에 전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업력이 길어지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 같은 지배구조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28일 데이터뉴스가 국내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4개 주요 SW 기업이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로 전환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업 메가존클라우드는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월 창업자인 이주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30년간 경험을 쌓은 염동훈 신임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주완 의장이 기업공개(IPO)와 신사업 발굴, 미래 전략 수립과 투자처 발굴에 집중하는 동안, 염 대표는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AI전환(AX) 전문기업 이노룰스도 지난 3월 창업자인 김길곤 대표 체제에서 심현섭·장인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길곤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함께 일본 법인 대표를 맡아 일본 디지털전환(DX)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역임한 장인수 신임 대표가 이노룰스의 공동대표를 맡아 국내·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최고운영책임자(COO) 심현섭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경영부문을 전담하며 내부 운영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이끌고 있다.

AI SW 및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토마토시스템은 지난 6월 이사회 구조를 재편했다.
이상돈 창업자가 대표에서 물러나 의장직을 맡고, 창업 멤버인 조길주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상돈 의장은 해외 진출과 중장기 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조길주 대표가 기존 사업과 매출 성장 관리에 집중하는 분업 체제다.

멀티모달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 미소정보기술은 지난 7월 남상도 COO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창립 멤버인 남상도 대표는 기술 전반과 경영을 총괄하며 미소정보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안동욱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으로 회사의 방향성과 주요 전략 수립에 중심 역할을 지속하며,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M&A) 등 외형 성장과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SW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확대 배경으로 기업 성장 단계의 변화와 글로벌화를 꼽는다.
초창기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직접 기술개발과 영업을 모두 이끌었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사업 규모가 커지지면 창업자 단독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반을 맡고 창업자는 회사 비전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앞으로도 SW 업계에서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구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창업자와 전문경영인간 권한 분배가 불명확하면 자칫 책임경영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창업자 리더십과 전문경영인의 역량이 조화를 이룰 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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