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대표는 언제까지 모든 걸 직접 해야 할까

2025-08-27

메이사플래닛이 설립된 첫해에는 총 구성원이 10명이었다. 둘째 해엔 20명, 셋째 해엔 메이사와 합병하며 60명 가까운 팀이 되었다. 대표가 된 지 4년 차, 스타트업 대표로서의 역할은 상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해 왔고 나름 그 변화에 맞춰 적응해왔다. 그런데 최근 문득 어느 순간 내가 병목이 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많은 일들이 분담되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일이 나를 거치지 않으면 결정되지 않고 진행되지 않는다는 현실.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스타트업 리더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대표가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자원도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발, 영업, 마케팅, 재무, 인사, 고객 대응까지 전방위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문제 해결사'로 움직인다. 이 시기의 장점은 명확하다. 빠른 실행, 일관된 방향성, 의사결정의 민첩함. 우리도 이 시기를 활용해 빠르게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성장해도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리더 개인이 병목이 되고 동시에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리더 한 명의 역량에 너무 많은 결정과 책임이 집중된 구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분업은 언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처음에는 매출이나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분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팀이 60명 가까이 되어서 각 파트에 책임자도 있고 위임 체계도 어느 정도 갖추고 안정화된지 1년이 지난 후에 또 다시 내가 병목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분업의 시점은 매출이나 조직 규모가 아니라 '업무의 복잡도'와 '병목 발생 시점'이라는 것이다.

어떤 업무부터 분리해야 할지 고민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나열해 보고 분리할 수 있는 업무의 성격을 두 가지로 나눠 보았다. 첫 번째는 전문성 기반 업무였다. 이러한 업무는 대표가 조직 내에서 가장 잘하기는 어려운 일로, 개발, 디자인, 데이터 분석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루틴한 운영 업무였다. 대표가 조직 내에서 시간을 들이기엔 비효율적인 일로, 단순 회계, CS, 일정 관리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나누고 나니 우선순위가 분명해졌다. 내가 하기엔 비효율적인 일부터 시작해, 내가 가장 잘하기는 어려운 일들을 차근차근 내려놓기 시작했다.

분리해야 할 업무를 식별한 후 찾아온 다음 과제는 '어떻게 분업할 것인가'였다. 분업은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리더십의 확장이다. 따라서 어떤 책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는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까지 스스로 도출할 수 있는 일련의 프로세스와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이 지점까지 가지 않으면 리더는 계속 병목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대표가 계속해서 쥐고 있어야 할 일도 분명히 존재한다. 현재 우리 조직의 성장단계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비즈니스의 방향성과 전략, 핵심 고객과의 직접 소통, 조직 문화와 팀 빌딩은 대표가 계속 가져가야 할 업무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성장할수록 대표의 역할은 문제 해결자에서 방향 설정자, 나아가 문화와 정체성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한다. 물론 현시점에서 내가 인지하고 있는 이 역할도 우리 조직이 성숙함에 따라 또다시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들을 직시하고 그에 맞게 내 역할을 계속해서 재정의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대표도 조직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단순히 사람을 더 뽑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어떤 일을 내려놓고 어떤 일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김동영 메이사 대표이사 dykim@meissapla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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