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되살아난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그 숨겨진 이야기[부산톡톡]

2025-03-21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디엠스튜디오가 영화 ‘백산 - 의령에서 발해까지’를 통해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의 생전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하면서다.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에게 백산 선생을 실물처럼 느낄 수 있는 기술과 역사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영화는 그가 걸어온 독립운동의 길과 생애를 조명했다.

백산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며 민족기업을 운영했던 인물로, 그의 생애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의 사진 자료는 몇 장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훼손이 심하거나 촬영 각도와 나이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여 복원 작업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디엠스튜디오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창호 디엠스튜디오 실장은 “안희제 선생의 사진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명확하지 않아 AI를 활용하지 않고는 그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AI를 통해 사진을 분석하고 손상된 이미지를 복구한 후 딥페이크와 차세대 3D 표현기술(Novel View Synthesis)을 사용해 그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복원 과정은 매우 정교했다. 먼저 AI가 사진 속 얼굴을 분석해 훼손된 부분을 복구하고 다양한 연령대를 조합해 가장 ‘안희제다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이후 복원된 얼굴은 배우의 연기와 결합해 청년 시절부터 말년까지의 모습을 화면에 생생히 담아냈다. 특히 4K 해상도의 초고화질 영상으로 구현된 그의 모습은 기존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몰입감을 제공했다.

디엠스튜디오는 백산 선생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들도 AI 기술로 복원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만주에 있던 ‘액하감옥’이다. 밀정의 밀고로 체포된 백산 선생은 이곳에서 9개월 간 모진 고문을 겪고 나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후유증으로 숨졌다. 이번 영화에서는 드론 촬영과 3D 입체화를 통해 액하감옥의 실제 모습을 최초로 공개하며 그 역사적 중요성을 조명했다. 백산 선생이 살았던 부산 자택과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용천부’도 AI 기술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복원했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백산 선생이 활동했던 공간적 배경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당시 시대상을 체감할 기회를 제공했다.

김 실장은 “AI 기술은 과거에는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인물 묘사를 저예산 다큐멘터리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했다”며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딥페이크 기술과 노벌뷰 합성 기술뿐만 아니라 이미지 복원을 통한 고화질 업스케일링, 컬러라이징(Colorizing), 그리고 이미지 투 비디오(IMAGE TO VIDEO) 기술 등 첨단 AI 기술을 활용했다.

도전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김 실장은 “AI가 모든 자세나 표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는 없어서 특정 컷에서는 인간적인 조율이 필요했다”며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4K 60P 작업으로 해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쾌함의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복원된 얼굴의 자연스러움을 끊임없이 검증하며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디엠스튜디오 제작진은 이번 작품이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에게 역사를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길 기대했다. 김 실장은 “복원된 얼굴이 관객들에게 ‘저 사람이 실제로 저랬구나’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며 “이번 작업이 창작의 관점에서 큰 파급력을 가지는 시도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백산 - 의령에서 발해까지’는 역사적 인물과 공간 복원에 있어 AI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에서의 자료 부족이라는 한계를 첨단 기술로 극복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덕분이다. 이와 함께 저예산 영화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며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역사를 융합한 콘텐츠 제작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영화는 삼일절 기념 상영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개봉됐다. 디엠스튜디오는 부산지역 영상·콘텐츠 제작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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