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소년 봉준호 끼고 살던 TV·만화, 세계적 영화 거장으로 만들다

2025-03-21

이름 석자가 정체성이자 신분증과 같은 이가 몇이나 될까. 봉준호 감독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한국인 최초로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작품상·각본상·감독상·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해 세계적인 거장이 됐다. 그는 영화 팬들과 영화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우상’이자 ‘롤모델’이다.

책 ‘봉준호 되기’는 봉준호의 영화 세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과 영화 창작자를 위한 책이다. 그의 영화 세계를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고 영감을 준 텍스트 등을 교과서처럼 정리했다.

봉준호는 어떻게 영화 감독이 됐을까. 우선 그는 TV와 만화를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어른들이 그렇게 멀리 하라고 했던 두 가지 TV와 만화를 끼고 살았다. ‘봉준호의 TV 생활’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고 자신의 방을 조악하게나마 극장처럼 꾸몄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꾸민 자신만의 극장에서 수많은 이야기들과 소년 시절을 보내며 세계적인 스토리텔러로 성장했다.

소년 봉준호를 감독으로 만든 것은 TV뿐만 아니라 만화,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등 다양하다. 그는 영화 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만화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만화광이었다. 여전히 영화 콘티를 만화처럼 그리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원한 교과서는 바로 ‘미래소년 코난’이라고 한다. 숏의 느낌과 배열, 카메라 움직임 등 연출 방식이 지금 봐도 훌륭하며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에게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준 것도 역시 TV였다. 여덟 살 때 TV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거장이 된 그가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는 이도 여전히 히치콕이다. 봉준호의 영화에는 기묘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정서가 있다. 김기영과 이마무라 쇼헤이의 영향이다. 봉준호는 20대에 둘과 조우하면서 기괴한 에너지를 영화적으로 학습한 것이다.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이렇게 봉준호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봉준호에게 영향을 준 히치콕, 스콜세지, 김기영, 쇼헤이, ‘미래소년 코난’ 등이 그의 작품에 오버랩되기도 하고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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