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절반 100원 굴려 1원도 못번다

2025-11-24

카드업계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 절반이 100원을 굴려 1원 남짓을 버는 수준에 그쳤다.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건전성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총자산이익률(ROA)은 0.9%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1.02%) 대비 0.12%포인트(p) 하락해 1% 아래로 떨어졌다.

ROA는 회사의 총자산(평잔) 대비 순이익을 의미한다. 별도의 영업설비가 없는 카드사의 경우 자산의 상당수는 신용카드 대금이나 카드론 등 고객에 빌려준 돈이다. 쉽게 말해 지난 1년간 100원을 빌려주고 1원을 간신히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신한카드 뿐만 아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3분기 ROA가 0.6%에 그쳤다. KB국민카드도 2분기 1.18%에서 1.08%로 0.1%p 하락했다. 하나카드도 ROA가 같은 기간 1.51%에서 1.27%로 하락했다. 현대카드는 1.64%, 삼성카드는 1.78%로 롯데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까지만해도 2% 안팎을 유지하던 카드사의 ROA가 0%대에 수렴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은 조달 비용 상승과 대손 비용의 증가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특성상 고객들에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서는 채권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비싼 금리를 주고 돈을 빌렸지만, 정작 카드사들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카드업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취급을 받던 시기와는 달리 지금은 근근히 먹고 사는 수준이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간의 인식은 카드사가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금융위원장과 여신전문금융업계의 간담회에서도 카드업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여실히 드러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카드업 성장은 의무수납제, 가격차별 금지, 연말정산 소득공제 등 정부의 육성정책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면서 “가맹점 비용 경감과 결제안전성 제고라는 공공적 가치를 항상 우선시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역시 이같은 저수익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공공성 요구와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성장보다는 생존을 우선하는 분위기다.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를 단종하는 것은 물론 그간 외부에 위탁했던 부수 업무를 내부로 흡수하며 각종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최근 국내 카드사들은 금리 상승과 신용 환경 악화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회사채 발행 규제 및 레버리지 비율을 추가로 완화하는 등의 카드사의 자금조달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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