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초대형 기후재난을 겪으며, 신정부에 바란다

2025-07-24

◇2025년 엄청난 불바다와 물폭탄 '기후 비상사태'

지난 3월 경남 산청·하동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의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충북 옥천, 전북 무주 등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이번 산불로 산청에서는 4명이 사망했으며, 경북에서도 27명이 목숨을 잃었고 축구장 6만3000개 이상 산림이 사라졌다. 예년 대비 5분 1에 불과한 강수량과 초속 25m의 강풍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예년보다 1.9℃ 높은 대기 온도일 것이다.

봄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산청에 이번에는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전국 최고 강수량인 793.5㎜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것은 연간 강수량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언론은 '괴물 폭우'라고 표현했고,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기후재난 국지화와 고도화'의 대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 비상사태'에 적합한 '시간 단위 기후재난'으로 대응해야 한다.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

인류는 기후변화 현상에 대응하겠다고, 30여년 전인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했다. 본 협약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매년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면서 전 지구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입장 차, 피해의 지역적 차이 등 이해관계로 기후변화협약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8년 313ppm이던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올해 7월 기준) 427ppm이 됐다. 이러한 온실가스 농도 상승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380억톤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590억톤으로 30년 사이 1.6배 증가했는데, 이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실패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1992년 3억4000만톤에서 2021년 7억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해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가 감축된 해는 1998년, 2019년, 2020년, 2022년 4개년에 불과하다. 1998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국내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어서, 2019년은 극심한 미세먼지 오염으로 석탄발전 28기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2020년은 뜻밖의 '코로나19'로 산업활동과 일상생활이 크게 위축되어, 2022년은 태풍의 영향으로 포스코 배출이 줄어들고 원전 가동률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신정부에 간곡히 바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적극 대응'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공약은 '실효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 '탄소중립 산업전환으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 '재생에너지 확대와 RE100 실현' '에너지고속도록 건설' '햇빛연금과 에너지 자립' '탈 플라스틱 추진' '미세먼지 해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정책 성공의 가장 중요한 키는 대통령의 관심과 추진 의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의 확대 강화'와 '전기차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였는데, 이것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대통령이 상당한 전문성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므로, 대통령실에 '기후수석실'을 신설하고, 기후비서관, 환경비서관, 에너지비서관이 함께 근무하는 방안을 추천하고자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에너지 수요 감소' '에너지 사용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정책의 주무 부서는 환경부지만, 온실가스의 대부분(87%)을 배출하는 에너지 연소 부문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 등 환경정책과 에너지정책 기능을 합친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 환경부의 기후·대기 업무,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 등은 물론 국토교통부의 녹색교통 관련 업무까지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에서 전담하는 것을 권장한다.

민관 거버넌스 기관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비상근 위원장과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축 정책 수립·집행 기능이 없으므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대기오염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기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등 유사 기구를 통합해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대기에너지위원회'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의찬 세종대 석좌교수 ecjeon@sejong.ac.kr

〈필자〉 전의찬 교수는 세종대 대학원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로서, 한국환경공단 ESG위원회 위원장, 경기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한국기후환경원 원장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세종대 대외협력처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전 교수는 서울대에서 환경관리 전공으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대기환경학회 회장과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장,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장, 2050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APEC기후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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