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가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이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투표 관련 기사를 내지 않고, 이번 선거의 혼란상만 부각하는 분위기다.
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 대선 기사를 아예 싣지 않았다. 각각 베이징과 광둥성을 대표하는 대중지인 신경보와 남방도시보 역시 이날 지면에서 미 대선 뉴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전날 메인뉴스에서 마지막 꼭지로 22초간 단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기사를 통해 이번 미 대선의 혼란상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일당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국민을 향해 자국 선거제도의 상대적 안정성을 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CC-TV는 지난 4일 소셜미디어(SNS) 웨이보(微博) 공식 계정에 "#미국 대선 다섯 대통령의 대형 난투극#"이란 해시태그를 붙인 4분 4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에 아웃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로 아웃 직전에 몰렸고, 오바마·클린턴·카터 등 세 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다섯 왕의 싸움(五王之戰)'을 불릴 법한 난투극이 펼쳐졌다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은 6일 정오까지 조회 수가 1억60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 5일 경제지인 21세기경제보도는 "이번 미 대선은 비용이 159억 달러(약 22조 2441억원)를 넘는 사상 최대의 돈선거"라며 비난하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중국 네티즌은 이처럼 미디어의 침묵에도 미 대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웨이보의 검색 해시태그 가운데 '#미국대선'은 6일 오후 현재 조회 수 누계가 161억3000 건, 댓글은 413만9000건 수준이다. 다만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집권하든 중국 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게 중국 네티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안(安) 모씨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사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고위층이 변하지 않는다면 누가 당선되든 중·미 관계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 시 중국이 받을 충격이 더 파괴적"이란 우려가 나왔다. 왕둥(王棟)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 2.0'은 2017년 버전과 비교해 더 큰 파괴력을 갖췄다"며 "일방주의, 포퓰리즘,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중시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층 공격적으로 미국을 이끌 것"이라고 홍콩 중국평론통신사에 말했다. 이어 "트럼프 2.0 시기 중국과 미국은 마찰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격랑의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 베이징 지국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레니 지정학 에디터는 "중국 입장에선 무역, 안보,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해리스가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인 미·중 경쟁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당선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