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

서울역을 나서는 순간 바로 보이는 다홍색의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는 이 일대의 랜드마크다. 1977년 완공됐다.
당시 국내 최고층 빌딩은 70년에 청계천변에 지어진 삼일빌딩(110m)이었다. 서울역 앞에 그보다 높은 지상 23층, 118m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니 위용이 상당했다. 게다가 빌딩은 당시 ‘양동 쪽방촌’으로 불리던 양동지구 입구에 세워졌다. 한국전쟁 전후로 남산 자락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었다.
대우빌딩은 판자촌을 가리는 일종의 병풍 역할을 했다. 경제 재건에 사활을 걸었던 당시 정부로서는 서울의 첫인상을 판자촌으로 둘 수 없었다. 빈곤을 가리기 위해 건물을 짓던 시절이었다.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이 73년 아시아올림픽을 앞두고 낙후한 북창동을 가리기 위해 가로로 길게 지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양동지구가 또 한번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최대주주인 사업시행자가 서울스퀘어 뒤편 힐튼호텔을 약 1조100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퇴계로변의 메트로타워ㆍ서울로플라자ㆍ서울로타워까지 사들여 복합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총 대지면적은 2만7550.6㎡로, 양동지구 전체의 약 30%에 달한다. 한화가 강북 ‘코엑스’로 개발 중인 서울역 북부역세권(약 3만㎡)과 규모가 비슷하다. ‘이오타(IOTA)’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개발의 총사업비는 7조원. 강북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트로피 에셋’(상징성이 큰 고급 자산) 프로젝트다.
왜 서울역 앞일까. 서울역은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남산이라는 압도적 경관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1000만 도시 중 산이 있는 도시는 드물다. 남산 조망은 그 자체로 비할 데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남산은 개인이 아닌 도시 전체의 자산이다. 서울스퀘어는 판자촌뿐 아니라 남산 조망도 가려버렸다. 새로 들어설 고층건물이 남산을 더 막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인허가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 이를 두고 치열한 셈법이 오갔다.
공짜는 없는 법. 보존 논쟁에 휩싸였던 힐튼은 철거 중이고, 양동지구에는 최고 163m의 빌딩군이 들어선다. 대신 서울역에서 남산 공원까지 5분 만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서울시내에서 남산으로 가는 가장 짧은 경로의 길을 처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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