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꼬리 휘날리며 진도에서 세계로…진돗개 임회·상만이의 ‘K-경찰견 도전기’

2025-09-01

“성공만큼 실패도 중요합니다. 경찰견 훈련을 통해 진돗개의 모든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대전 유성구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견종합훈련센터에서 만난 김민철 교수요원(경위)의 말이다. 김 교수는 “모든 과정과 결과를 매뉴얼로 만들고 학문적으로 논문화시키지 않는다면 진돗개의 경찰견(K-9) 훈련은 허공에 뿌리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김태훈·신종필·최용식 양성 교관(양성팀), 황성구·박문재·이은채·유정환 교수요원(교육팀)으로 이뤄진 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견’ 진돗개를 K-9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K-9’은 영어 단어 canine(개, 갯과)의 발음을 기호화한 말이다. K는 C 발음을, 9는 nine의 소리를 음차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군견 부대 ‘K-9 Corps’가 창설되며 공식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 경찰과 군에서 마약과 폭발물 탐지, 수색 및 구조, 범죄 현장 증거물 탐색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목적견을 뜻하는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약 5만 마리의 K-9이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저먼 셰퍼드와 벨지안 말리노이즈가 전체 K-9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박정보 경찰인재개발원장(치안감)의 강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1973년 경찰견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그동안 진돗개는 ‘본능이 강해 훈련이 안 된다’는 편견을 넘지 못했다. 타 기관에서 몇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0년에는 미국 LA 경찰이 전남 진도를 직접 찾아 3마리를 선별해 1년간 교육했지만 ‘경찰견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박 원장은 경찰견종합훈련센터의 노하우를 이용해 진돗개 훈련과 연구를 체계화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김태훈·신종필 교관이 진도에서 대인·대견 친화력이 제일 우수한 자견(12개월 미만의 어린 개) 2마리를 선별했다. 이름은 ‘임회’와 ‘상만’. 작년 10월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현재 센터에서 경찰견이 되기 위한 맹훈련을 받고 있다.

“찾아!” 김태훈 교관의 구령에 상만이가 쏜살같이 산을 헤치며 뛰어간다. 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수풀 여기저기서 분주히 울리길 2분여, 실종자 역할을 맡아 숨어 있던 김민철 교수를 발견한 상만이가 큰 소리로 짖으며 임무 성공 소식을 김 교관에게 알렸다. 이어 리콜 신호가 저 멀리서 들려오자 상만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김 교관을 향해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실내 종합훈련장에서는 임회가 화약 시료를 탐지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미세한 시료 냄새를 쫓는 동안 진돗개 특유의 말린 꼬리가 드넓은 훈련장 이곳저곳에서 바삐 흔들린다. 이를 지켜보는 신종필 교관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난다. 고도의 후각 집중력이 필요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세 번에 나눠 실시된 이날 훈련에서 임회는 두 번을 정확하게, 한 번은 교관의 힌트를 얻어 임무에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닙니다. 야생 및 자립 본능이 강한 진돗개 특성에 맞는 훈련법을 찾느라 시간과 노력이 더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임회와 상만이가 현장에 나서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이 다음 연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김민철 교수)

지난 7월 진돗개 경찰견 훈련 ‘중간 보고회’가 열렸다. 약 8개월간 진행된 훈련 성과를 중간 점검한 자리에는 수의학 박사, 구조견 훈련관 등 국내 최고 전문가 20명이 참석했다.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충분한 훈련을 통해 진돗개도 특수 목적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김민철 교수와 두 교관은 세계 K-9 시장에서 진돗개의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묻고 있다. 각오를 묻자,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모든 데이터가 이어지는 연구의 든든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임회와 상만. 세계를 향한 ‘K경찰견’의 미래를 꿈꾸는 두 진돗개가 오늘도 힘차게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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