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2024-11-05

미술 작품 전시를 보게 되면 작가에 따라 작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작가의 작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가인 반면 그러지 않은 대부분 작가의 경우 작품 가격은 너무도 다양하게 책정되어 있다. 한 번쯤은 그림의 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궁금했을 순간이 있을 것이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의 가격을 원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캔버스에 물감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린 작가의 시간 즉 한 작품의 가격을 재료비와 인건비로 단순하게 산출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술 작품은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다르다. 작가의 창작물로서 작품에 내재된 예술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작품이 가지는 미적인 요소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일반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투자를 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은 그 특성상 계산이 가능한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호당 가격제(1호 크기는 풍경화의 경우 가로 22.7㎝×세로 14㎝)가 통용되고 있다. 호당 가격을 결정하고 작품의 규격에 따라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같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작품값이 매겨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호당가격제보다는 작품의 가치가 반영되는 작품당 가격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고 실제로 적용되기도 한다.

그림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생각해보자. 작가의 인지도는 어떠한가. 주요 미술관에서의 전시 경력, 주요 국제전의 참가 경력, 작품 소장처, 영향력 있는 갤러리와의 관계에 따라 작품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널리 알려진 작가 작품의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이 책정된다. 작품의 희소성도 가격 결정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일하거나 한정된 작품의 경우에는 그 작품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사망한 후에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도 이 점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미술품의 주제, 작품성, 보존 상태, 진위 여부, 거래된 장소, 유행, 홍보 등은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림도 역시 상품이라고 본다면 그림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림의 가격 형성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미술 시장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만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 미술 시장은 그림의 가격 결정에 구매자, 즉 콜렉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미술품 가격은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내는 것이 가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매자의 영향력이 크다. 즉 그림값은 사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작품 가격을 말할 때 그 작품이 그려져 나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고뇌의 시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투자나 부의 축적 수단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소수의 콜렉터보다는 진정으로 그 그림을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소장자들이 작가들에게도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된다. 그림이 판매되어야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저렴한 가격의 그림을 사는게 최선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구매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그림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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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창작물 #작품가격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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