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8일 한 동영상 사이트에 출연한 중국인 깃발 상인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거대 도매시장인 이우(Yiwu) 시장에서 미국의 대선 캠페인 용품인 깃발을 만들어 팔던 그가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도 예측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깜짝’ 승리를 예측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깃발은 2차 물량까지만 제작했다. 트럼프의 제품 주문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고 근거를 댔다.
1982년 중국 저장성에 설립된 이우 시장은 소규모 잡화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도매 시장이다. 7만 5000여 개의 매장이 들어선 면적 550만㎡ 규모의 시장을 매일 20만 명 이상이 드나든다. 의류·신발·공예품부터 올림픽·월드컵 응원 도구, 선거운동 용품 등 이벤트 특수를 누리는 물품들까지 총 180만 가지가 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이곳에서 200개국 이상으로 수출된다. 2006년부터는 중국 상무부가 상품 가격과 거래 현황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이우 상품 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우 시장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것은 그 때문만이 아니다. 이우 시장이 2016년 미 대선 결과를 족집게처럼 맞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 대선의 바로미터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트럼프 캠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등 캠프별 선거 용품 주문량을 미 대선 판세의 비공식 지표로 삼는 ‘이우 지수’라는 말도 등장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캠프에 비해 선거 용품 주문량이 형편없었던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이우 지수가 빗나간 것을 두고 흥미 위주의 비과학적 예측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5일 미 대선 결과를 궁금해하는 세계의 관심은 올해도 이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최근 이우 시장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운동 용품인 ‘해리스-왈츠’ 모자의 초두 물량이 30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