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에투알은 기쁨만큼 책임도 큰 이름…표현의 자유 얻었죠”

2025-07-17

“‘에투알’은 기쁨만큼 책임도 큰 이름이에요. 이 타이틀로 표현의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예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2021년 동양인 최초로 파레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별·수석 무용수)에 오른 발레리나 박세은(36)이 오는 7월30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사흘간 세 번째 내한 갈라 무대를 선보인다.

루이 14세 때인 1661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발레단 중 하나다. 이번 무대에는 박세은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꼽히는 마티외 가니오 등 10명의 에투알이 출연한다. 박세은은 17일 서면인터뷰를 통해 “각자 스케줄이 다르고, 시즌 중에는 외부 공연이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에투알이 동시에 외부 무대에 서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많은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해주었고, 모두가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해줬을 때 갈라를 기획한 보람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박세은은 이번 갈라도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캐스팅까지 총괄했다. 조지 발란신 등 발레 거장들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어느 무용수가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가’를 기준 삼아 출연자와 레퍼토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박세은은 가장 공들여 준비한 작품으로는 2022년에도 무대에 올렸던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를 꼽았다. 둘 다 중편 레퍼토리들이다.

“갈라는 보통 짧은 파드되(2인무) 위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2022년 처음 에투알 갈라를 만들면서 꼭 중편 작품을 넣자고 했어요. 더 깊은 감정과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단막극처럼 구성된 무대가 관객들에게 더 진한 인상을 남길 수 있고, 무용수들도 단순히 기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몸으로 풀어낼 수 있어 몰입하게 되고요.” 앞으로 제롬 로빈스 재단에서 ‘인 더 나이트’ 갈라 허락을 않기로 해, 이번이 갈라 공연으로는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동료들도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박세은은 전했다. “한결같이 ‘한국 관객은 정말 집중력이 높고, 박수가 따뜻하다’는 말을 해요. 공연장 역시 무용수들의 감정이 객석에 바로 닿는 느낌이 들어서 한 번 온 무용수들은 꼭 다시 오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2023년 출산 이후 반 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던 박세은은 이제 30대 중반을 지나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더 깊이 느끼게 됐다고 한다. “예전에는 미래의 목표만을 보고 달렸다면, 지금은 오늘의 무대, 오늘의 연습, 함께 하는 동료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실감해요. 예술도 완벽을 향한 집착보다 그 안에 담긴 진심과 교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고, 한계 없이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감정과 해석을 나누고 싶고, 기획자로서는 한국 관객에게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내년 여름에는 파리오페라발레 뿐 아니라 세계 주요 발레단의 에투알, 프린시펄, 수석 무용수들의 진면목을 또 다른 기획으로 선보이고 싶습니다. 예술성과 감동을 함께 전달하는 공연, 무용수와 관객 모두에게 의미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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