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다양한 구조와 복잡성 때문에 보험료 산출이 어려웠던 영역을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접목해 고도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보다 저렴한 보험료 제공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 흥국화재 등 손보사들은 새로운 보험료 산출 시스템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이달 특허청으로부터 각각 '최적 보험료 세트 산출 방법, 컴퓨터 프로그램 및 시스템', '모빌리티 이용에 기초한 자동차 보험료 산출 방법 및 장치'라는 명칭의 특허를 획득했다.
지난 21일 획득한 모빌리티 이용에 기초한 자동차 보험료 산출 방법 및 장치 특허는 고객이 보유한 자동차의 실제 이용일수에 기반해 보다 저렴한 자동차보험료 제공을 목적으로 출원됐다. 고객의 행동 특성을 고려한 보험료 산정으로 만족도를 제고하겠다는 설명이다.
삼성화재는 해당 특허로 자동차 사고 손해가 낮은 고객에게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집단을 세분화해 보험사의 손해와 고객의 이익 간의 형평에 부합한 적정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동일한 보험 담보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 14일 취득한 최적 보험료 세트 산출 방법, 컴퓨터 프로그램 및 시스템 특허는 컴퓨터 알고리즘 최적화에 기반한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해 특약 보험료 산출을 이끌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 상품이 다양한 위험 요소와 보장 범위를 내포하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간 적정 보험료 수준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전통 보험료 산출 방법론은 주로 경험 통계 또는 위험률 분석 등에 의존하는 등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에 국한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시장 경쟁 상황과 소비자 행동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반영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보험사 직원들이 직접 특약별 복수의 보험료인 '보험료 세트'를 통해 매출액 변화를 측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AI 모델 도입으로 최적의 보험료 세트를 산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측 산출된 보험료 세트는 즉시 삼성화재의 판매 플랫폼에 적용되며 향후 상품 개발과 가격 정책 수립에도 유용한 의사 결정 지원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흥국화재는 지난 20일 보험 업무 컨설팅 및 솔루션 제공기업 '큐핏'과 손잡고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차세대 PV(신계약 보험료 및 준비금) 가격산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PV 가격산출 시스템은 보험상품 개발과 시간을 단축하고 보험료와 준비금 등을 검증하는 기술을 말한다. 상품정보 표준화와 시스템 자동화로 기존보다 높은 업무 효율성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버 기반 통합 시스템 처리로 상품 개발 담당자들의 동시다발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최대 신계약비가 자동으로 산출되고 검증도 함께 진행된다. 흥국화재는 향후 자사 상품출시에 소요되는 기간이 기존 대비 최대 95%까지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영업보험료 및 사업비 역전체크 검증 업무 자동화, 신계약비 조정 후 PV 자동 재산출 등도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AI 등 디지털 기술을 보험업무에 적용해 보험 가입부터 심사, 보험금에 달하는 업무 전 과정 효율과 고객 편익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특히 보험료 산출과 관련된 기술 개발과 접목이 본격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 투입과 연구 등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