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에 유학길 ‘차단’… 군대가 대안 된 청년들
해외 여행객들도 한숨…“100만원 환전, 700달러도 안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유학생과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관련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유학 계획을 접어야 할지, 유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할 지 걱정이라는 반응이 많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추가 상승해 1480원 턱밑에서 마감했다. 장중엔 1480원 선을 넘어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8원 오른 1479.8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실제 가동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주춤했으나, 상승세가 눈에 띄게 꺾이지는 않았다.
이날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은 달러 강세로 보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0시23분쯤 98.172에서 오후 3시40분 98.470으로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강달러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유학생 가족, 해외 여행객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유학 중인 김 모(26)씨는 “올해 학비가 크게 올랐는데 환율도 계속 올라 걱정 된다”며 “부모님이 보내 주신 생활비와 용돈을 최대한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LA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박 모(20)씨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용돈 벌이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학기가 끝나면 군대 갈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내년 석사 과정을 위해 유학을 준비중인 이 모(29)씨는 “현재 환율이면 유학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며 “주변 유학생들이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말·연초 해외여행을 계획한 여행객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달러와 유로화 환율이 뛰면서 여행 경비가 예상보다 10% 이상 늘어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말 괌으로 여행을 떠나는 40대 송 모씨는 “100만원을 환전했는데, 700달러도 안돼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은 팁 문화가 있어 실제 여행경비는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대 육박하면서 해외 자유여행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도 원·달러 환율 수준과 관련해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성장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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