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2일은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전 세계인이 한목소리로 ‘지구는 하나’를 외치며 1970년부터 이어온 지구환경의 날이다. 지구의 날의 핵심 이슈가 기후 위기가 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올해 ‘지구의 날’은 느낌이 남달랐다. 계엄을 겪고 내란수괴 대통령의 파면을 통해 새 정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무능하고 ‘반 지구적인’ 정부였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막지 못한다면 인류 재앙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2050 넷제로’를 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들이 동의해 약속한 지 꽤 되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2050 넷제로’를 약속한 바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을 전혀 내딛지 않았다. 탄소 중립을 뜻하는 넷제로의 핵심 사업인 재생에너지에 대해 범죄집단시하면서 핵발전에만 집중 투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핵발전을 많이 운영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추진하는 주요 국가들인 프랑스나 미국, 일본도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25% 내외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고작 10%도 안 되는 정체 상태를 이어왔다. 그리고는, 자기 임기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다음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에너지정책을 견결히(?) 유지했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RE 100’을 몰라 망신을 당한 처지이니 그의 독불장군식 성정상(계엄선포와 이후 파면까지의 과정을 보면, 패배나 후퇴, 반성은 마음속에서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그래서 좋게 말하면 강한 자존심이나 고집불통이지만 본질은 무능에 대한 지극한 자기방어일 뿐이다), RE100에 관한 것은 뭐든지, 특히 RE100의 핵심인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쳐다보기도 싫었을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정책을 지도자의 성정만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계엄선포와 파면까지의 과정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의 국제적 추세에 뒤처져있는 데다, 지난 3년 윤석열의 집권 기간에 주요국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기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대규모로 아주 빠르게 재생에너지
확충 못하면 ‘2050 넷제로’ 실패
매우 큰 규모와 매우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2050 넷제로’는 실패할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탈탄소 경제는 문턱도 못 넘고, 중후장대한 산업시설들은 한갓 고철 덩어리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지난 60여 년 피땀으로 이룬 산업화의 성과로서 화석에너지 기반의 선진국 진입이라는 화려했던 성장 시대의 역사는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윤석열의 3년을 겪으면서, ‘5년 동안 이런 식으로 가다간…’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그런데, 12.3 계엄이 선포되었다. 과거 1980년대를 겪었던 필자는 본능적으로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치 초현실적인 장면이 영화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고 출동 군인들의 적극적이지 않은 움직임들, 그리고 뒤이은 국회에서의 계엄 해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윤석열의 어처구니없는 자충수로 일말의 기회가 생길 수 있음을 예감했다. ‘반 지구적인’ 정부의 수괴, ‘반 재생에너지’ 정부의 수괴인 윤석열 정부가 사라지는 대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재생에너지의 회복과 성장에 힘쓸 수 있는 여지가 생기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금은 그 예감처럼 새 정부를 세우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2050 넷제로’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신속하게 확충해야 하는 일은 분초를 앞다퉈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되었다. 말로만, 소망으로만 대해서는 희망 고문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로 과감하게 좌고우면 없이 추진해야 할 일이다.
기후 재난 장시간 대형 산불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이 ‘답’
지난 3월에 있었던 장시간 대규모로 진행된 기록적인 산불 확산은 더 이상 우리나라도 기후 위기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4계절로 기후 탄력성이 높아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기후 위기의 징후는 체감온도의 더위로만 나타나지 않음을 재난으로 보여준 것이다. 시간이 없다. 대규모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는 화급한 시기다.
태양광으로는 규모를 담보하지 못하고 육상풍력은 지형 조건상 확산이 어렵다. 대규모로 해야 하고 신속하게 해야 한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환경영향평가, 해상교통안전평가, 해저지질조사를 완료한, 거기다 송전망까지 확보한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이 답일 수밖에 없다.
6.2GW로 핵발전소 6기 규모이고, 영남권 530만 가구에 공급하고도 남는 전기를 생산하면서, 총 930만 톤의 탄소를 감축한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수도가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고 고용 창출도 21만여 명이라는 보고서들이 있다. 이 정도면 울산 RE100을 달성하고 에너지 신시장을 선점해 수출기지 시즌2를 시작할 수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도 바로 깔리게 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 문제에서 기본소득을 구현할 수 있다. 신안군에서 실시하는 태양광발전 수익에 대한 주민 이익공유(연 1인당 최대 272만 원)는 아직은 ‘맛보기’ 수준이다. 신안보다 규모가 월등한 울산의 사례는 재생에너지에서 기본소득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본론 제1장’이 될 것이다.
‘지구의 날’을 맞아 생각해 본다. 위기가 기회가 되듯, ‘재생에너지와 기본소득의 구현’은 결국 내란의 위기가 초래한 기회이다. 성공 여부는 새 정부의 역사적인 몫이다.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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