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 차관직 폐지…‘미국 우선주의’로

2025-04-23

루비오 “조직 비대화…국익보다 극단적 정치 이념 중시”

국·실·사무소 18% 감축…고위 당국자 700개 보직 폐지

민주당 “중국·러시아가 공백 메울 것…신중해야” 반대

미국 외교를 이끄는 국무부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해외에 민주주의와 인권 등 미국적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온 조직을 대폭 감축하는 게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이 반영된 개편안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22일(현지시간) 성명과 국무부 조직도를 통해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무부 산하 개별 국·실·사무소 등이 현재 734곳에서 602곳으로 무려 18%나 감축된다. 고위 당국자는 약 700개의 보직이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주의·인권, 민간안보 담당 차관직이 없어진 것이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해당 차관 산하에 있던 차관보 4명과 특사 3명은 축소·통합됐다. 이 업무를 관장하게 될 대외원조·인도주의 업무 담당 조정관이 신설되면서 민주주의·인권·종교자유 차관보와 인구·난민·이주 담당 차관보만 남았다.

또한 장관 직속으로 글로벌 여성 현안과 다양성·포용성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국도 폐지됐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외교에 중점을 뒀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이 부서들에 대해 “진보적 행동주의의 온상”이라고 비판해왔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지난 15년 동안 국무부의 조직 규모와 비용이 급증했다”면서 “지금의 국무부는 비대하고 관료주의적이며 새로운 강대국 경쟁 시대에 필수적인 외교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국무부 조직이 “미국 핵심 국익의 진전보다 극단적인 정치 이념을 더 중시하는 체제”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무부 산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폴란드·헝가리·브라질 등 보수적인 외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좌파 활동가들이 보복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며, 해당 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추진하려 했다고 밝혔다. 인구·난민·이주 관리국에 대해선 대량 이주를 조장한 비정부 단체에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고위 당국자들에게 미국 국내 근무 직원 수를 15% 줄이는 계획을 조만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루비오 장관이 공화당 상원의원 시절 국무부가 해외에서 미국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적극 지지했지만, 국무장관이 된 이후 가치를 등한시하고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치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주에는 중국·러시아·이란 허위 정보 차단에 주력하는 국무부 부서를 폐지하기도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 의원은 “미국이 후퇴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며 “미국의 안보와 리더십에 대한 실질적 비용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W 믹스 의원은 이번 개편안이 “국무부 간소화를 내세우지만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미국적 가치는 변함이 없다”며 “(조직 축소·개편이) 더 민첩한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가 한국의 부산영사관을 포함한 약 30곳의 해외공관 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날 발표된 개편안에 재외공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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