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국 국가원수 ‘안방’서 맞이하는 푸틴…반서방 연대 과시

2024-10-22

카잔서 브릭스 정상회의…시진핑·모디 등과 양자 회담

작년엔 체포영장 탓 ‘화상 참여’…유엔 사무총장도 참석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판 짜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22개국의 국가원수를 자국으로 불러모은 그는 우군을 과시하고 서방의 제재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카잔에서 개막하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외교 행보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극명한 차이가 난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발부된 체포영장 때문에 지난해 7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화상으로 참여해야 했다. 당시 미국은 푸틴 대통령을 “체포가 두려워 자국을 떠날 수 없는 국제 망명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24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36개국과 6개 국제기구가 참가하며, 참가국 중 22개국은 국가원수가 직접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거의 모든 정상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카잔을 방문한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최한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에 초청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원수들을 ‘안방’으로 불러 악수하고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고립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컨설팅업체인 매크로 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최고경영자는 이번 정상회의와 관련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2006년 신흥 경제대국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모여 출발한 연합체인 브릭스는 2009년 남아공이 합류했다. 최근 1년여 동안 이집트·에티오피아·아랍에미리트연합·사우디아라비아가 가세해 몸집을 키웠다.

회원국 인구는 약 35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며, 경제 규모는 약 28조달러로 전 세계 경제의 28%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를 등에 업고 반서방 연대라는 그림을 과시하는 한편, 러시아인들에게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가 고립돼 있지 않음을 보여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정상회의로 푸틴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구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 것’이라고 하는데 브릭스야말로 새로운 세계 질서의 가장 강력하고 대표적인 구조”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서방 주도 금융 시스템에서 탈피한 새로운 글로벌 결제 시스템 도입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걸림돌이 많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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