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들 앞에서 반려견 던진 아빠
킥보드 무단횡단 학생 경찰서 데려간 남성
아동학대 혐의 적용 수사기관 판단 달라
10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반려견을 2층 창문 밖으로 던진 50대 아버지에게 경찰이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반면 광주에서 전동 킥보드를 위험하게 운전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경찰서로 데려간 50대 남성 운전자는 아동학대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10일 50대 A씨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5시쯤 김포시의 한 빌라 2층 복도에서 10살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아지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이는 다급하게 1층으로 뛰어갔다. 강아지는 다행히 생명을 구했지만, 다리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아지를 고의로 던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은 A씨의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초 법조계에선 A씨의 행동을 본 아들이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감안해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아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한 게 없고 A씨가 아들을 염두에 두고 강아지를 던지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11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운전자 B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B씨는 지난해 7월 광주 서구의 한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를 무단 횡단한 학생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경찰서로 데려간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학생을 향해 경적을 울리고 차량을 후진시켜 멈춰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며 학생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경찰서에 데려다 놓고 떠났다.

이후 학생 측이 B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B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재판에서 “위험한 행동을 알려주고 경찰서에 보내 훈육하려 데려갔을 뿐, 차량에 강제로 태우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사실을 부인했다.
아동보호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일각에선 두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뒤바뀌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김포 사건은 아들이 느꼈을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게 당연하다는 점, 광주 사건은 B씨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훈계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대표변호사는 두 사건의 차이를 설명하며 피해 아동의 진술을 짚었다. 또 광주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할 만한 요소가 많다며 B씨의 유죄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안 변호사는 김포 사건의 경우 “아동과 관련한 여러 범죄사건 수사에서 아이의 진술이 우선인 것은 맞다”며 “다만 아이가 정신적 충격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A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사건과 관련해선 “경적을 울리고, 차량을 후진해 멈춰 세운 행위는 아이에게 위협,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며 “학생이 자의적으로 차에 탔다고 할 수 있으나 어른인 B씨로부터 위력을 느꼈을 수 있고, 그가 데려간 경찰서라는 공간 자체도 굉장한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학부모가 자기 아이를 때린 아이를 불러 소리를 질러도 아동학대가 인정된다”며 “광주 사건에선 충분히 아동학대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법원에서 유죄로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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