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도관입니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교도소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 아스팔트 바닥에 깨지듯 흩어지는 비를 보며 “이대로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치 하루와 하루가 이어져 영원히 끝나지 않는 하루를 사는 기분.
최근 정신과를 찾았다. 밤낮 바뀌는 교대 근무 탓인지 수면 장애를 겪었고 과호흡 증세까지 나타나자, 아내가 치료받기를 권했다.
뭐 딱히…. 아, 폭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살해 협박도요.
의사는 내 대답에 놀랐는지 눈을 깜빡이며 반응을 잃고 헤맸다.
사람을 살해하고, 타인의 성을 유린하고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한 사람들. 나는 그들과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교도소 담벼락에 새겨진 비스듬한 실금처럼, 내 안의 어딘가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겨가고 있었다.
매일 저녁, 난 퇴근길 교도소 담벼락을 보며 생각한다. 교도소 담벼락은 왜 회색일까. 하얀색과 검은색의 중간색. 선과 악이 뒤섞인 공간이라서일까. 처벌과 교화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일까.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 과열된 엔진처럼 타버린 내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 사이로, 교도소가 온통 검게만 보일 때가 있다.

‘부고 알림’
몇 년 전, 야간 근무인 선배가 출근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동료들이 관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동료들은 관사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선배의 마지막 모습을 목격했다.
30년을 근무한 선배.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선배를 벼랑까지 몰아세웠을까. 선배의 유서엔 ‘그동안 함께해 준 동료분들, 고마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선배의 소식을 듣고 온몸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임용 초기, 모든 게 어색했던 내게 선배는 이렇게 말해줬다.
어느 날, 교도소 복도에서 100㎏이 넘는 육중한 남자가 내 목을 졸랐다. 내가 처음으로 수용자에게 폭행당한 날이었다. 선배는 마치 자기 일인 양 나를 발 벗고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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