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語 글월文] 문제의 발단은 ‘사단’…그 문제가 벌어진 결과는 ‘사달’

2025-06-10

1. 꺼림칙하더라니 결국 사단이 났네그려.

2. 존경하는 스승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다.

3. 그의 표정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위 세 문장 중 맞는 것은? 정답은 ‘하나도 없음’이다.

1번은 ‘사단’ 대신 사고나 탈을 뜻하는 순우리말 ‘사달’을 써야 맞다. ‘사단’은 ‘표준국어대사전’에 13개의 동음이의어가 실려 있는데, ‘사달’과 헷갈리는 건 사단(事端)이다. 일의 실마리나 사건의 단서를 뜻하므로 ‘작은 오해가 사단이 돼 큰 다툼이 됐다’ ‘이 사고의 사단을 제공한 이는 당신이다’처럼 쓰인다. 반면 사달은 일의 결과, 그것도 나쁜 결과이므로 ‘방심하다가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 사달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처럼 쓰인다.

2번은 ‘운명’ 대신 ‘유명’을 써야 한다. 유명(幽明)은 어둠(幽)과 밝음(明), 나아가 저승과 이승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유명을 달리하다’가 죽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쓰인다. 굳이 ‘운명’을 쓰려면 ‘존경하는 스승께서 운명하셨다’라 해야 하는데, 이 운명은 ‘운명에 맡긴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할 때의 운명(運命)이 아니라, 목숨이 끊어졌다는 뜻의 운명(殞命)이다.

3번은 ‘황당’ 대신 ‘당황’이 와야 한다. 황당(荒唐)하다는 말이나 행동이 터무니없음을 뜻하는 형용사다. 그러니 ‘이런 황당한 경우를 보았나’ ‘소문이 너무 황당해 어이가 없다’처럼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 쓴다. 반면 당황(唐慌/唐惶)하다는 뜻밖의 일을 당해 어리둥절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뜻의 동사다. 그러니 ‘허를 찔리고 당황한 표정’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처럼 사람에 대해 쓴다. 즉, ‘황당’한 일을 당하면 ‘당황’하기 마련인 셈이다.

하지만 언어는 사회적 산물인 만큼 말뜻도 언중이나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표준국어대사전’과 함께 양대 국어사전으로 꼽히는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사달’과 ‘사단’을 비슷한말로 본다. 그러면 1번은 맞는 문장이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사전인 만큼 시험 볼 때는 이를 따라야 한다.

손수정 기자 sio2s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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