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커머스 인력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e커머스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 한 해에만 인력 규모를 1900명 가까이 축소한 가운데 쿠팡만 1200여명을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2일 전자신문이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e커머스 12개사(쿠팡·컬리·SSG닷컴·무신사·11번가·G마켓·오아시스·롯데온·카카오스타일·티몬·위메프·에이블리) 중 8개사는 전년 동기 대비 인력이 줄었다. 인력이 늘어난 곳은 쿠팡·무신사·에이블리 3개사였으며 오아시스는 변동이 없었다.
직원 수가 줄어든 8개사 감소 규모는 1866명에 달했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법정 관리에 돌입한 티몬·위메프(티메프)는 지난해에만 59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다음으로 직원 수가 많았던 SSG닷컴은 399명(-13.9%)이 줄어 3위로 내려앉았다.
체질 개선에 총력을 쏟은 11번가(284명), 롯데온(271명), G마켓(228명) 등도 전체 인력 규모를 20% 이상 줄였다. 컬리는 전년 동기 대비 0.6% 줄어든 2653명을 기록하며 직원 수 기준 e커머스 2위에 올랐다.
8개사 모두 연간 적자 상태로 수익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 영향이다. 11번가와 롯데온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SSG닷컴과 G마켓도 창사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반면 업계 1위 쿠팡의 경우 송파구 본사 인력만 1만116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핑로직스틱스서비스(CLS), 쿠팡이츠서비스(CES) 등 계열사 직원을 모두 포함한 쿠팡 전체 직원은 8만646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15.9% 증가한 수치다.
흑자 기조를 유지한 무신사·에이블리·오아시스도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무신사는 본사 직원만 1558명(전년 대비+8)으로 업계 4위에 랭크됐으며 에이블리도 1년 새 직원 수가 17명(5.6%)이 늘었다. 오아시스는 직원 수 변동 없이 833명을 유지했다.
e커머스 시장이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인력 양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각 사는 자생력 확보를 위한 수익성 제고에 돌입한 상태다. 흑자 전환을 위해 인력 감축은 물론 사옥 이전, 비효율 사업 철수 등 비용 절감 노력을 이어왔다.
올해도 이같은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고환율 기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e커머스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방점을 둔 행보가 예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e커머스 시장이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고 플랫폼 고도화·안정화를 이루면서 각 사가 최적화된 인원을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인력 조정은 올해도 주요 트렌드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