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개발한 지상파 방송 전송기술 해외 진출...ETRI, '브라질' 찍고 남미 넘어 세계로

2025-12-10

우리가 개발한 지상파 방송 전송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간다. 지난 8월 브라질 차세대 방송 표준으로 채택된 가운데 개발 주체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노력으로 브라질 주변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나아가 남미를 넘어 다른 대륙 세계 시장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ETRI는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차세대 방송서비스 물리 계층 전송 방식(ATSC 3.0 MIMO 익스텐션)이 브라질 대통령령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성과는 외산 기술, 즉 미국의 지상파 방송 전송기술을 받아들였던 우리가 도리어 타국에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인 의미 있는 성과다.

북미 방송 표준화 기구인 ATSC와 ETRI가 함께 브라질 차세대 지상파 방송 전송기술 선정에 도전했는데, 이미 ATSC 3.0 기술의 경우 ETRI를 비롯한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 절반 이상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ATSC 3.0 MIMO 익스텐션은 ETRI가 브라질 측 요청으로 다중 송수신안테나(MIMO), 계층분할다중화(LDM), 송신기식별신호(TxID) 등 전송기술을 더한 것으로 우리나라 기술 비중이 더 커졌다. 더욱이 ETRI가 브라질 현지에 인력을 파견, 방송사와 대학과 협력해 현지 기술 검증도 진행하는 등 열의를 보여 이번 선정에 적잖은 좋은 영향을 끼쳤다.

ETRI는 이 성과가 브라질 한 나라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방송시장으로 주변국인 아르헨티나·칠레에서 ATSC 3.0 MIMO 익스텐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전 세대에 브라질이 일본 디지털 방송 표준(ISDB-T)을 선택한 후 14개 인접국도 일본 기술을 택했다.

특히 내년 북중미 월드컵 시점에 맞춰 브라질이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인 가운데, 이것이 인접국 기술 전파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재현 ETRI 미디어방송연구실장은 “내년 월드컵으로 브라질은 물론 주변국 UHD 방송 수요와 국민적 관심이 커질 전망”이라며 “우리 기술 세일즈 활로가 열릴 것을 기대하며 내년 4월 미국 방송장비전시회(NAB쇼), 8월 브라질 셋(SET) 엑스포 등 방송 관련 전시회 기술 홍보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남미를 넘어 다른 대륙에서의 기술 채택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존 유럽의 DVB-T2 표준을 채택한 인도의 ATSC 3.0 표준 선택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 기술력이 담긴 표준의 타국 채택으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막대하다. 표준을 적용한 방송 장비 선택으로까지 이어져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 길이 열린다. 통상 방송 장비 시장은 매우 보수적인 곳으로, 한 번 물꼬를 트는 것은 어렵지만, 그 이후는 비교적 사업이 안정적이다.

ATSC 3.0의 잠재 시장 규모는 2031년 기준 약 1조7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또 국내 기업이 2026~2031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수신단말 매출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에 ETRI는 지난달 국내 방송미디어 기업과 글로벌 진출 간담회를 열고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국내 방송장비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와 중남미 시장 진출 전략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장은 “과거 20년 전 우리나라 방송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거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방송 표준을 해외에 수출하고 우리 기업 세계 진출을 이끌어낸 현 상황은 상전벽해”라며 “우리 기업의 이익 창출 고도화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표준 관련 다른 기술 개발도 준비한다. ETRI는 정해진 대역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원천기술, 8K~16K 등 영상 구현이 가능한 압축 전송기술도 추가 연구 중이다. 방송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기술 개발 외에도 국제협력, 현지 실증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방승찬 ETRI 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등의 협력·지원으로 수월성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브라질 진출도 이룰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욱 기술을 고도화해 기관·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동기획:ETRI·전자신문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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