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원자력 협력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단순한 기술 교류 차원이 아닌 전략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최종현학술원이 발간한 ‘한·미 원자력 협력 추진 전략’ 보고서는 협력의 핵심축을 핵연료 주기, 대형 원전 설계·조달·시공(EPC)과 운영·유지보수(O&M),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등 3분야로 나눠 각 영역에서 구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확보를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평가했다. HALEU 공급은 전 세계에서 러시아가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연료 공급사도 2023년부터 생산에 돌입했다.
정부는 핵추진잠수함(핵잠)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5% 이상 20% 미만의 HALEU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HALEU 생산 시설에 한국 기업이 직접 참여해 기술·산업 협력을 조기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한·미 규제기관 간 상시 소통 창구를 구축해 규제 표준화와 승인 절차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공동 연구개발과 ‘오프 테이크’(생산 이전 단계에서 일정 물량의 구매를 확약해 공급망 형성과 상용화를 앞당기는 방식) 계약을 통해 핵연료 공급망의 안정성과 상용화 속도를 높여 세계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핵연료를 농축·제품화·매매 관점에서 사업화하고, 안정적 공급망·국제 협력·규제 표준화를 기반으로 수익 기반을 확보해 국내 제조업에도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형 원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표준화와 반복 시공 체계 확립, 전략적 기술 선택, 전문 인력의 세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앞세울지, 미국형 원전인 ‘AP1000’을 택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단순한 노형 비교가 아니라 정책·규제·사업성까지 종합 검토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SMR 상용화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기술력·제조 인프라가 미국의 규제 신뢰성·시장 규모가 결합하면 세계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 집필자 중 한 명인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한국이 EPC·운영·사업관리 역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했지만, 미국은 차세대 SMR 설계·지식재산권(IP)·외교력·기술 원천성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며 “양국 역량이 비대칭적이지만 상호보완적 구조”라고 진단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원전, SMR, 핵잠, 우라늄 농축∙재처리는 개별 기술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중장기 국가 전략을 결정하는 과제”라며 “(정상회담에서)우리가 확보한 것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 못지않게, 그 선택이 국가 전략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유연하고 최적화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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