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차범위 10cm 이내라는 게 바로 기술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기존 제품은 20~30cm 거리에서부터 차량 도어 개폐 기능이 작동해 뒤쪽으로 접근했음에도 앞문이 열리는 오작동이 종종 생기거든요. 전 세계에서 이 정도의 스마트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LG이노텍을 포함해 2~3곳 뿐입니다."
남형기 LG이노텍 커넥티비티개발실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이노텍 본사에서 기술 설명회를 열고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새 아이템을 향한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이날 LG이노텍이 공유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5G 통신 모듈, 차량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모듈과 함께 이 회사 차량통신 사업의 주력으로 통하는 제품이다.
'디지털키'는 무선통신 기술로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의 문을 열고 잠그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실물 키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만큼 잃어버릴 염려가 없으면서도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도난 위험도 적다.
시장의 수요를 포착한 LG이노텍은 2017년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2년 뒤 차량용 디지털키 모듈을 선보였다. 이어 2024년 탑승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확보함으로써 선두주자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고정밀 알고리즘으로 위치 정확도 30%↑···'아이 감지' 기능도 눈길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BLE(저전력 블루투스)와 무선통신 기술 UWB(초광대역)를 결합한 제품이다. LG이노텍은 이를 통해 전파 방해에 취약한 BLE의 단점을 보완하고 해킹 등 보안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동시에 업계 내 최소 사이즈를 자랑한다. 명함 한 장보다 작다. 그러면서도 RF(무선 주파수) 소자, 파워 블록 소자 등 블루투스·무선통신 지원을 위한 60여 부품과 모듈 그리고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담고 있다. 요구 사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차랑 한 대엔 디지털키 솔루션 6~8개가 탑재된다.
또 글로벌 디지털키 표준화 단체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CCC)'의 최신 표준을 충족해 국가나 지형, 차종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다. iOS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도 모두 호환 가능하다.
무엇보다 LG이노텍의 차세대 디지털키는 위치에 대한 정확도가 타사 제품보다 월등히 높은 게 특징이다. 보통 20~30cm인 기존 솔루션과 달리 사용자가 차량 문 10cm 이내에 있을 때만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엉뚱한 문이 열리거나, 측위 오류로 디지털키가 작동하지 않는 등의 상황을 차단했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차량이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남 실장은 "3D 좌표를 학습한 AI로 고정밀 3D 측위 알고리즘을 개발해 모듈에 적용했다"며 "정확도를 30% 이상 개선한 것은 물론, 개발에 투입되는 리소스도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LG이노텍은 레이더를 활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차량에 남겨진 아동 감지(CDP) 기능이 그 주인공이다. 이는 아이의 움직임이나 호흡을 레이더가 즉시 감지한 뒤 운전자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알람을 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좌석의 중량이 아니라 호흡이나 움직임을 읽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남 실장은 "좌석 중량 변화로 아동 탑승 여부를 감지하면 비슷한 무게의 가방을 올려놓아도 이를 잘못 인식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LG이노텍의 CDP는 아동 특유의 미세호흡을 감지해 정확도가 높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차량 내 CPD 기능 탑재를 본격 법규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유럽 자동차 안전 평가기관 유로 앤캡은 올해부터 CPD 기능을 탑재한 차량에 가점을 부여한다.
LG이노텍은 설명회와 함께 솔루션을 직접 시연하는 시간도 마련했는데, 핵심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디지털키 탑재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사람이 시연 차량과 5m 떨어진 구간에 들어서자 키가 활성화되면서 차량 옆 설치된 모니터에 운전자를 환영하는 문구가 떴다. '킥(Kick) 센서' 주변에 발을 갖다 대 손을 쓰지 않고 트렁크를 여는 장면도 포착됐다.

2030년 업계 '넘버원' 목표···차랑통신 연 매출 1.5조로 육성
LG이노텍은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수익성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차량통신 부품사업의 연 매출을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수립했다.
최근 카셰어링과 렌터카 등 차량 공유 산업이 성장하며, 디지털 키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차량용 디지털키 시장 규모가 2025년 6000억원에서 2030년 3조3000억원까지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이노텍은 현재 국내외에서 영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28~2029년엔 차세대 솔루션에 대한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한다.
나아가 이 솔루션을 자율주행자(주차 기능)나 LG전자의 가전 제품 등과 접목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병국 전장부품사업부장(전무)은 환영사에서 "'차세대 디지털키 솔루션'은 LG이노텍의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혁신 부품으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2030년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김홍필 커넥티비티사업담당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14개 차종에 탑재될 디지털키 솔루션을 수주했다"면서 "북미·유럽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히 프로모션을 펼쳐 수주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