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판 흑백요리사 ‘전설의 취사병’ 현장을 가다 ② “‘더블백요리사’ 덕 군대요리 걱정하지 마세요”

2024-09-29

요리 콘텐츠가 다시 일어난다. 추석인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는 많은 화제 속에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에 ‘흑백요리사’가 있다면 KBS2에는 군용 가방을 멘 ‘더블백요리사’가 있다. 4인씩 총 12개 부대의 취사병들이 모여 최고의 ‘더블백요리사’를 가리는 KBS2 ‘전설의 취사병’이 방송된다. (①에서 계속)

촬영현장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난 유빈은 “친오빠가 군 생활 때 조리병을 했다”며 “그 사실을 언뜻 알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세히 여러 가지를 물어볼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물어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김준현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웃었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 먹는 취사병의 요리였지만 일반 음식점의 요리에는 차이가 없었다. 유빈은 “생각보다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요리가 많았다. 특히 프로그램을 보면 자취를 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실 부분이 많아 보인다. 프로그램을 보고 한 번 따라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한 취사병들은 대부분 조리학과를 나왔거나 요리인의 꿈을 꾸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취사병 병과를 받으면서 흥미가 생긴 경우도 있다. 이들의 인생은 군 생활 말고도 취사병으로서의 경험 때문에 크게 바뀌었다. 또한 ‘전설의 취사병’ 출연도 그들의 인생에서는 큰 전환점이 됐다.

육군 제17보병사단에서 근무하며 이번 방송에 출연한 강준석 일병은 조리고등학교를 나오고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계속 요리인으로 살고 싶어 군대 역시 조리병으로 지원했다. 그는 “조리 공부를 하면서 흥미를 잃는 시기도 있었다.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셰프님이 원하는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주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근무 중인 강경수 상병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호텔조리학과에서 공부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나오면서 함께 있는 선후임분들의 고생이 있었는데,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꼭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면서 “처음 조리병이 되면서 예전 군대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배만 채우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좋은 기구와 메뉴가 많이 개발, 보급돼 어디와 비교해도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군대”라고 소개했다.

‘먹잘알’ 김준현에게도 ‘전설의 취사병’은 색다른 경험이다. 군인요리경연을 진행할 기회는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그 스스로도 수색대 출신으로 ‘진한’ 군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지켜보는 어느 예비역 출신의 마음과 같이 그의 마음속에도 옛 추억과 달라진 군대 식문화에 대한 놀라움이 함께 섞여 있다.

김준현은 “촬영을 위해 독도함을 찾았는데, 사병들이 먹는 식당의 퀄리티가 정말 돈 내고 밥을 먹는 한식부페 같았다. 이 정도면 ‘훌륭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맛있었다”며 “군 시절 취사병이었던 고참과 친해서 삽으로 긁어내는 누룽지도 먹고, 투박하게 식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진행을 통해 그 추억도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전설의 취사병’을 보고 군에 보낸 자녀나 형제, 친구, 연인들을 떠올릴 이들을 위해 “요즘 군대 밥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요즘 군대의 복지는 예전과 다르다. 지금 출연자로 나온 취사병들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일까’ 고민하는데 하루를 모두 보내는 친구들이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만큼, 군대 식사에 대한 질도 높아졌다”고 안심을 당부했다.

‘전설의 취사병’은 12개팀이 경연을 펼쳐 8팀이 추려지고 여기서 4팀, 2팀, 결승이 이어지는 구성을 하고 있다. ‘흑백요리사’가 계급장을 떼고 유명과 무명 요리사 맞붙고 국적의 경계선을 넘는 요리가 뒤섞이는 것처럼, 여기서도 취사병들이 각자의 계급을 떼고 맞붙는다.

그리고 군대 안과 이른바 ‘싸제’ 외부의 식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식당에서 먹는 ‘파인 다이닝’이 군에서도 재현될 수 있으며, 직접 만난 12팀의 모습은 이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는 계기였다. 올 가을 ‘흑백요리사’가 지핀 요리에 대한 붐은 ‘더블백요리사’로 이어진다. KBS2 ‘전설의 취사병’의 첫 방송은 오는 1일 오후 8시30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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