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신도시 하나씩 공급한다고?’ 과거는 어떻게 실행되었나

2025-09-08

2025년 9월, 정부는 “매해 신도시 하나씩”을 공급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구상을 발표했다. ‘9·7 주택공급 확대 대책’의 핵심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인허가 계획이 아닌, 실제 착공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기존 공급 정책과는 분명히 궤를 달리한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실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유사한 공급 대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었으며, 이번 정책과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 글에서는 1기와 2기 신도시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하고, 현재 정책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짚어본다.

1989년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과 서울로의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등 다섯 개 지역을 1기 신도시로 지정하고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다. 약 29만 가구를 공급한 이 개발은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였으며, 주택시장 안정화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의 성공은 단지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택지개발촉진법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행정 절차를 일원화하고 속도를 높인 점에 있었다.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해 불과 5~7년 만에 주택을 공급했으며, 공공이 주도해 분양을 이끌면서 가격 통제력도 일정 부분 확보했다. 이는 정책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법적 실행 수단과 행정력이 뒷받침될 때에야 가능한 모델임을 보여준 사례였다.

반면 2000년대 들어 추진된 2기 신도시는 양상이 달랐다. 판교, 광교, 동탄 등의 2기 신도시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를 지향했다. 일자리, 업무지구, 교통 인프라를 함께 설계한 종합 도시계획이 특징이었지만, 기대와 현실의 간극도 분명히 존재했다. 일부 지역은 교통망 확충 지연이나 기업 유치 실패로 인해 베드타운화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주민들은 생활 불편을 호소했다.

대표적으로 동탄은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인해 초기에는 주거 만족도가 낮았지만, 이후 GTX-A 개통과 광역 교통 인프라 확충, 기업 단지 개발 등이 진행되면서 뒤늦은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례는 자족 기능과 인프라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9·7 대책은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반영한 듯 보인다. 특히 LH의 직접 시행 확대 방안은 1기 신도시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앞으로 LH가 보유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대신, 직접 분양을 추진해 5년간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은 민간 브랜드가 참여하되, 개발 주도권은 공공이 유지하는 형태다.

이 외에도 도심 내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공공청사나 학교 부지의 용도 전환, 역세권 복합개발 등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복합적 방식의 공급 수단이 도입되었다. 이는 공급 계획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실적인 우려도 존재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핵심 입지에는 실제 활용 가능한 유휴 부지가 제한적이고, LH가 과연 이러한 대규모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LH는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 상태이며, 조직 개편이나 사업 구조 혁신 없이 단기간에 이 같은 공급 물량을 소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행정 리스크와 공공 조직의 유연성 부족도 향후 추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일부는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기대감으로 인해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금리 인상기 이후 조정을 겪으며, 관망세가 짙은 분위기다. 여기에 착공 중심 공급 정책이 더해지면서 급등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급이 체감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공급-수요 간 불균형 해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공급계획과 시장의 기대 심리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경우, 오히려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3기 신도시 정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대규모 택지를 발표하며 공급 확대 의지를 강조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5~6년이 소요되었고, 그 사이 시장에서는 ‘공급 신기루’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기적 심리 안정은 오히려 시장의 불신으로 바뀔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과거의 교훈을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1기 신도시는 실행력이 있었고, 2기 신도시는 이상적이었지만 완결성은 부족했다. 정부는 이번 공급 정책을 단순한 숫자 맞추기가 아닌, 질적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정책의 일관성, 실행의 투명성 등 모든 요소가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는 1기 신도시의 속도감, 2기 신도시의 자족성, 3기 신도시의 복합적 공급 방식을 한데 아우르는 전환점에 서 있다. 독자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것은, 정책의 발표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삽을 뜨는’ 실행의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휘둘리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정책 흐름과 실행 역량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공급은 약속이 아니라 실천의 결과물이다.

이번 정책이 또 다른 ‘공급 신기루’로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될지는 지금부터의 이행 과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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