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 결승전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코리아컵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선 우승에 대한 갈망과 함께 일정에 대한 아쉬움도 쏟아졌다. K리그 최고 라이벌전인 울산 HD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상사됐는데, 양 팀 모두 최상의 전력을 쏟아낼 수 있는 상황이라 생긴 일이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코리아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결승전이 한국 축구의 성지인 상암(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일정도 고민해야 한다”고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박 감독은 11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과도한 경기가 한꺼번에 열리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 감독은 “우리는 당장 이번 주말 강원FC와 K리그1 최종전(23일)을 치르고,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원정(27일)을 다녀온 뒤 바로 코리아컵 결승전(30일)을 치른다. 그 뒤에는 또 비셀 고베와의 ACLE 경기(12월 3일)가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1과 ACLE, 코리아컵까지 일정을 배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혹한기가 다가오기 전에 시즌을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포항을 대표해 참석한 한찬희는 “타이트한 일정에서도 선수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배려해주시면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역시 K리그를 대표해 ACLE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항과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팬들에게 한 번 더 기쁨을 드리고 싶다. 올해 남은 ACLE 2경기도 잘 치러야 올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다. 아무래도 부상 같은 이슈가 걱정”이라고 부담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협회가 코리아컵 일정으로 비판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홈 앤 어웨이로 열리던 결승전이 단판 승부로 바뀐 것도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당시 협회는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와 태풍 문제로 4강전이 연기돼 일정이 꼬이자 결승전을 2경기에서 1경기로 줄여 해결했다. 그 어떤 명분도 없었던 이 변화는 올해 FA컵에서 코리아컵으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별 다른 설명없이 굳어졌고, 이날의 불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컵 결승전 미디어데이가 너무 이른 시점에 열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감독은 “협회가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흥행을 위해선 경기 날짜와 가까울 때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스케줄을 보니 날짜를 뺴는 게 쉽지 않더라. 좋은 날짜에 결승전을 잡아야 한다. 협회 뿐만 아니라 연맹도 ACLE가 추춘제로 포맷이 바뀐 부분에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내년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