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2일, ‘폐기물 매립시설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기존 매립 제도의 문제를 개선하고, 사용 종료된 매립장을 물류시설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매립시설은 폐기물 처리의 최종 단계로 설치에서 사후 관리까지 약 50~60년 동안 관리가 필요한 국가 필수 기반시설이다. 그러나 현재 매립장 상부 토지는 공원, 체육시설 등 제한된 용도로만 활용되고 있어 전체 매립장 중 약 26%만이 상부를 유효하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물류시설, 주차장 등 상업적 활용도가 높은 용도는 허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류시설로의 재활용,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환경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매립장 상부 토지를 물류시설, 야적장, 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용도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매립시설이 단순 폐기물 처리 공간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기반시설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립장이 물류시설 등으로 활용되면 지역 내 물류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부 토지 활용을 위한 일관된 안전 및 환경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가 인허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사용 종료된 매립장을 물류시설이나 산업 기반시설로 재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일본의 경우, 매립장 상부를 대규모 물류창고와 야적장으로 활용해 지역 물류 허브로 자리 잡은 사례가 있으며 독일에서는 매립장 복토 후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물류센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발전사 매립장,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 가능
환경부는 이번 정책에서 발전사 매립장의 활용 가능성을 특히 강조했다. 발전사 매립장은 석탄재만 매립해 오염 위험이 적고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물류시설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이번 방안에 따라 발전사 매립장은 최종 복토 의무를 면제받아 약 3,7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에너지 전환 시설이나 물류 기반시설로 활용될 경우 착공 시기가 최대 24개월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석탄화력 발전소 부지에서 LNG 발전소로의 전환을 계획 중인 호남화력 회처리장 사례는 물류시설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지는 LNG 발전소와 물류센터를 함께 조성하는 복합 개발로 지역 경제와 산업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매립 운영 효율화로 공간 활용 극대화
이번 방안은 물류시설로의 전환뿐 아니라 매립 운영 기준을 개선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천연 토사 대신 합성고무류 롤시트 등 대체 복토재를 허용해 매립 용량을 최대 30%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매립장 상부 활용이 더욱 용이해지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활용 방안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매립장 침출수 관리를 강화하고 환경 감시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물류시설로 전환된 매립장 부지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침출수 자동 수위 측정 장치 설치가 의무화되고, 사전 토양 조사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돌파구
매립장을 물류시설로 재활용하는 이번 정책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처리라는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물류, 산업, 에너지 전환 등 다각적인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매립장은 지역 개발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김완섭 장관은 “폐기물 매립시설이 물류 허브로 활용된다면 단순히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기반시설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번 선진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폐기물 처리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매립장을 물류시설로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이번 정책을 통해 각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재활용 방안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센터, 산업창고, 주차장 등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시설과의 결합까지 다양한 활용 사례가 검토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방안이 물류산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환경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매립장이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물류와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기업 모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