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자체 감사결과 보니…산불예방·관리업무 소홀 무더기 적발

2025-04-01

진화용 임도 개설하면서 규격·안전조치 기준 어겨

특수진화대 근무관리 소홀, ‘솎아내기’도 엉터리

항공본부는 항공유 퍼주다가 수 억원대 ‘손실’

감시용 드론 관리도 허술…무더기 경고·주의

최근 수 년간 산림청과 산하기관들이 산불예방·관리 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감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적발된 내용을 보면 임도 개설 규정 위반, 산림헬기 관리 규정 위반, 특수진화대 관리 소홀, 감시용 드론 관리 소홀 등 산불 예방 및 진화에 핵심적인 업무들이다. 산림항공본부의 경우 민간업체 등에 헬기유를 제공하다가 수 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1일 산림청이 지난해 북부지방산림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보면 한 국유림관리소는 산불 진화용 임도를 신설하면서 성토된 경사면을 보호하는 옹벽·석축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임도변 배수구에도 절개면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위해 매년 산림 내 임도를 늘려가고 있다. 임도를 잘못 개설할 경우 산사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2023년에는 경북의 한 임도변 아래 마을에 집중호우 뒤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숨졌는데,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산사태 원인으로 임도를 지목한 바있다.

또다른 감사에서 한 산림조합중앙회는 2021년에 임도 시설공사 설계 용역을 진행하면서 시설 기준에 맞지 않게 임도를 설계했다가 적발됐다. 이 설계대로라면 진화용 차량이 해당 임도로 드나들거나 현장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앙회에 대한 2022년 감사에서는 임도 개설이나 사방사업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겨 중앙회 임의대로 산림공학기술자 등 전문가, 현장대리인 등을 배치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진화용 산림헬기를 운용하는 산림항공본부는 2021~2023년 동안 민·관 헬기에 항공유 총 58만여ℓ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민·관 헬기 항공유 급유지원 규정’을 어겨 비협정 민간업체에도 항공유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원한 항공유 중 일부는 상환을 받아야 했음에도 약 25만여ℓ의 기름을 상환받지 않아 3억여원 가량의 손해를 보고 환수 조치처분을 받았다.

항공본부는 또 2019~2023년 항공보험을 든 산림헬기 48대 중 운행이 중단된 헬기 8대(11건)에 대해선 보험금 환급을 받아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2억6000여만원 가량 손실을 봤다. 이 역시 환수조치 처분이 내려졌다. 이밖에도 비행 이·착륙장 일부를 관련 정보포털에 등록하지 않는 등 관리 부실, 음주측정기 관리 규정 미준수, 헬기 위탁정비 업무 소홀 등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2023년 서부지방산림청 감사에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근무관리 소홀과 산림무인비행장치(드론) 운용·관리 소홀이 적발됐다. 특수진화대의 초과근무 등 근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드론의 경우 일정기간을 보험도 들지않고 운영하는 등의 부실이 확인됐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자료 236건 중 단 20건만 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고장·분실·수리내역 등 각종 관리서류를 관리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산불을 예방한다며 실시한 ‘산불예방 숲가꾸기’ 사업도 부실 사례가 확인됐다. 북부산림청은 2021~2024년 동안 숲가꾸기를 하면서 산불숲관리 등급 판정을 위한 조사를 누락했고, 임상조건이 맞지 않는 곳을 대상지로 선정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관련 규정에서는 산불 위험성이 높은 지역 중 ‘밀도가 높은 침엽수림’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하고, 핵심구역 및 일반구역으로 구분해 사업을 실행하도록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림청의 ‘엉터리 숲가꾸기’ 사업이 오히려 산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불 예방업무도 소홀히 해 중부지방산림청의 경우 지난해 감사에서 산림보호 및 산불방지용 입간판 106개를 관리대장 없이 임의대로 운용하다 적발됐다. 봄철 산불조심기간 이전에 실시해야 하는 산불방지관련홍보물에 대한 정기점검도 한참 뒤인 6월을 넘겨 실시했다가 적발돼 주의처분을 받았다.

2022년 감사에서 남부지방산림청은 산불방지대응센터를 신축하면서 설계·감리 용역 및 건축·기계 등 5건의 계약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주의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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