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K-기업가정신 아카데미' 8주차
강사: 박종한 가톨릭대학교 교수
주제: 캘빈과 남명, 그 사후적 발견
K-기업가정신 원류 남명서 주목
실천유학 기업가정신으로 전이
다방면 능통 하학·치산·경의 강조
엘리트학문 틀 깨고 서민 삶 중시
사업보국·공동체 등 특수성 지녀
'남명 K-기업가정신 아카데미'가 지난달 28일 8주차 강의를 가졌다. 이날 '자본주의 정신과 K-기업가정신의 원류: 캘빈과 남명, 그 사후적 발견'이라는 주제로 박종한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강의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삼성, LG, 효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진주 출신이거나 진주와 연관이 깊다는 사실은 하나의 특별한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영학회는 이 현상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진주라는 지역의 철학적·문화적 토양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이는 실천유학적 가치가 기업가정신으로 전이(Transference)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진주는 남명 조식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유교의 사람 중심 사상을 실천 속에 녹여낸 실천 유학, 실천윤리로 전환한 '경의' 사상의 본산이었으며, 기업가정신의 사상적 토양을 제공했다.
자본주의 정신의 원류는 막스 베버에 의해 사후적으로 발견된 개념이다. △첫째,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 정신의 근원을 캘빈(칼뱅)이 아닌 캘빈(칼뱅)주의에서 찾았다. △둘째, 칼뱅 자신은 자본주의를 알지 못했으며, 그의 직업소명설이 후대에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으로 해석될 것이라 예측하지도 못했다. △셋째, 베버는 칼뱅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기업가가 다수 등장하고 혁신과 경제 성장이 활발히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며, 자본주의 정신의 사회적 원류를 사후적으로 정리했다.
K-기업가정신의 원류는 자본주의 정신의 분석과 유사하게, 사후적으로 남명 조식이라는 인물을 재발견하게 됐다.
△첫째, K-기업가정신의 철학적 기반은 남명의 실천사상, 곧 '경의(敬義)'에 있다. △둘째, 남명은 기업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경의 실천철학은 한국 기업가정신의 도덕성과 공동체 책임을 이끄는 원류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칼뱅이 자신의 사상이 자본주의 정신의 근원이 될 줄 몰랐던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셋째, '어떻게 진주 출신 기업가들이 경제 기적을 이끈 주역이 됐는가?' 이 질문은 곧 지역적 철학과 기업가정신의 연결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남명은 정치, 경제, 군사, 의학, 지리 등 다방면에 능통한 실천가였으며, 특히 하학(현실 세계의 문제 해결을 통해 배움), 치산(생업의 중시), 경의(존경과 의로운 삶)를 강조했다. 남명의 정신은 이론과 실천까지 그의 제자들을 통해 이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장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유교만 놓고 보면, 그 안에서는 자본주의 정신이나 기업가정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남명학파의 유교는 기존의 유교를 두 가지 방향에서 뛰어넘고 있다. 하나는 세계관의 확장이고, 또 하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의 폭의 확장이다.
남명학파 문인들은 유교를 품는 동시에 사유의 기반을 노자, 장자, 병법 등 제자백가로 확장하고, 또한 인간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일반 백성으로 확장해 의학서, 점술서, 지리지, 풍수와 같은 영역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들은 유교에서 부족한 기회 포착, 위험 감수, 도전의 정신을 이와 같이 확장된 영역에서 가져와 채우고 있다.
남명학파 문인들은 지배 엘리트 중심의 학문의 좁은 틀을 깨고 일반 서민의 삶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반 백성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예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성을 올려야 하고, 생산성을 올리려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남명학파 문인들은 생산 수단 면에서 기술 혁신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남명학파의 글에서는 '수(手, 손)'라는 글자가 자주 등장한다. 남명학파는 일상의 삶에 필요한 식량과 도구를 만들어내는 '손'을 더 중시하는 관점을 가졌던 것이다. 또 많이 등장하는 글자는 '장(匠, 장인)'이다. 손놀림이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명학파는 이러한 장인을 매우 귀하게 생각했다. 이러한 점들이 남명학파와 다른 유학자들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K-기업가정신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이중 구조로 구성된다. 보편성 측면에서는 기회 포착, 혁신, 도전 정신 등 세계적 기업가정신의 핵심 요소들을 포괄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조지프 슘페터, 피터 드러커, 리처드 브랜슨 등이 강조한 가치들과 일치하며, 글로벌 기업가정신의 공통 기반을 형성한다.
특수성은 한국의 기업가들은 보편성 특성 위에 남명학파의 폭넓은 세계관과 하학(下學)으로 표현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의 정신을 더했다. 이러한 특수성의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인간 중심, 사업보국, 공동체 책임과 같은 한국 고유의 윤리적 기반이다.
진주라는 지역에서 배태된 K-기업가정신은 기회 포착과 도전으로 출발하지만 인간과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윤리적 기업가정신이다. 그래서 K-기업가정신은 인간 중심 기업가정신과 연결되며, 단순한 경제적 성취를 넘어 공동체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실천적 모델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