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물류센터 노동자가 휴대폰을 소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쿠팡CFS는 지게차 등 위험요소가 있는 작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막고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휴대폰 반입 제한이 기본권 침해라고 여긴 노동자들은 2021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인권위는 2022년 9월 물류센터 노동자가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2021년 쿠팡CFS에서 발생한 총 118건의 사고 중 부딪힘, 넘어짐 사고는 62건이었는데 휴대폰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습니다. 마켓컬리·SSG닷컴 등은 물류센터 노동자의 휴대폰 반입을 통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쿠팡CFS에서 휴대폰으로 인한 보안사고에 대한 공식 기록은 없었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아마존은 2021년 12월 토네이도로 인한 물류센터 붕괴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휴대폰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고, 2022년 4월부터는 전면 허용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21년 6월 발생한 쿠팡CFS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10분 일찍 화재를 목격한 노동자가 있었는데도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신고가 늦어졌을 가능성을 다룬 기사가 다수 보도된 바 있다”고 했습니다. 쿠팡CFS는 노동자들이 작업현장에 설치된 비상전화를 통해 외부와 연락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권위는 휴대폰에 비해 비상전화는 즉각적 대응이 어렵다고 봤습니다.
인권위는 “안전·보안사고가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노동자 휴대전화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과도한 조치”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인권위 의견 표명 이후 2년이 넘게 지났지만 쿠팡CFS는 지침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서 이 부분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종철 쿠팡CFS 대표는 “(휴대폰 반입 제한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 안전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올해 일부 물류센터에서 시범실시 뒤 전면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방책을 세우고 전면 허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쿠팡CFS가 시범실시 기간 중 사고가 늘었다는 등의 이유로 기존 방침을 유지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입니다. 이에 정 대표는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다. 시간을 주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