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신청…법원, 개시 결정
MBK 인수 후 수익성 악화 지속…협력사·소비자 불안↑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30년 가까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며 업계 2위로 올라섰지만 재무 악화로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거치며 주인이 바뀌었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으로 시작한 홈플러스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1999년 테스코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테스코라는 새 주인을 맞이한 홈플러스는 2005년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람마트를 인수하고 2008년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홈에버 매장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당시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여개 대형마트와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등을 갖춘 종합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영업실적이 악화하면서 홈플러스는 2015년에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때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경영난을 겪게 됐다. 업계 내 경쟁 심화와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의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홈플러스는 2023회계연도(2023년 3월 2024년 2월)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 5743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점포 매각 등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업황 부진, 유통업 매물 인기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MBK는 지난해부터 홈플러스익스프레스(소형 슈퍼마켓)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홈플러스는 결국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 측은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인데,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단순히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기업회생을 신청하기는 어렵다며 회사의 자금난이 심화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낮췄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된다”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유통업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