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철가방 (下)] 쿠팡이츠, '매서운 공세'…배민 "배달 커머스·신사업 역량 집중해야"

2025-04-17

배달 플랫폼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재'로 자리했다. 식당 정보를 모아둔 디지털 전단지에 불과했던 앱은 4조원대의 매출을 내는 거대 기업, '스타트업의 신화'로 거듭났다. 한편, 배민은 배달 커머스 시장을 육성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한편, 기형적 플랫폼 경제 구조를 심화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명암과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민, '매출 4조 스타트업 신화' 등극

(中) 배민, '기형적 수익 구조' 비판…"지속 가능 성장 동력 잃을 것"

(下) 쿠팡이츠, '매서운 공세'…배민 "배달 커머스·신사업 역량 집중해야"

【 청년일보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다양한 내부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배민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쿠팡이츠가 배달 인프라를 비수도권 지역으로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업계 1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배민이 타사 대비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배민스토어 등 배달 커머스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로봇 배달 등 미래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쿠팡이츠, 서울·수도권서 '배민 추월'…"비수도권도 시간문제"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해도 업계 3위에 불과하던 쿠팡이츠는 기존 2위였던 요기요를 제치고 최근 배민까지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업계 내부에서는 배달 플랫폼 시장의 핵심 지역인 서울·수도권에서 이미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서기 시작했다"며 "최근 추세에 대해 내부적으로 큰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간극이 더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임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플랫폼 산업 데이터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작년 말부터 쿠팡이츠의 영향력이 핵심 승부처인 서울·수도권에서 확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배민이 이러한 추세를 다소 안일하게 평가하고 대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배달을 직접 수행하는 라이더 사이에서도 최근 '쿠팡이츠 주문(콜)'을 수행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지역에서 라이더로 활동 중인 30대 A씨는 "올해 들어 쿠팡이츠 콜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도 배민보다는 쿠팡이츠가 더 후해서 라이더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20대 라이더 B씨도 "배민 콜의 경우 매장과 배달 목적지를 납득하기 어려운 거리로 지정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쿠팡이츠로 수입을 대체하고 있다"며 "이미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지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쿠팡이츠는 작년 5월부터 와우회원에게 적용되던 무료배달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그 세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약 830만명의 사용자에 불과하던 쿠팡이츠는 올해 2월 1천만명대의 고지를 돌파했다.

같은 기관의 카드 결제액 기준 배달앱 점유율을 보면, 작년 1월 배달 시장에서 18.4%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쿠팡이츠는 12월 35.3%까지 이를 확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민의 카드 결제액 점유율은 71.1%에서 57.6%로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여전히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배달 인프라를 기반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이 추후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물류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이러한 우위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쿠팡이츠는 이미 주요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비수도권 무료배달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를 일종의 '부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쿠팡이 결국 배달 중개만을 본업으로 삼는 우아한형제들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현재의 배달 인프라만을 믿고 경쟁을 지속한다면 결국 '이커머스'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는 쿠팡의 추격에 따라잡히게 될 것"이라면서 "보통 업계 1위 업체가 경쟁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배민의 경우 무료배달과 같이 쿠팡이츠가 제시하는 것들을 쫓아가는 데도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 "배달 커머스·로봇 배달 등 강화해야"…살길은 '배민만의 사업 정체성'

전문가들은 배민이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달 커머스 사업과 로봇 배달 등의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구체적으로 배민스토어를 필두로 한 '배달 생태계의 확장'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로봇 배달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미래 먹거리를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현재의 추이를 보면 배민이 쿠팡이츠를 허겁지겁 따라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배민이 선제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특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미래 배달 플랫폼의 경쟁 패러다임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민의 강점은 배민스토어 등 배달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메타 데이터들은 여전히 쿠팡이츠·요기요 등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도화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재의 배달 시스템을 효율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배민스토어와 같은 획기적인 배달 커머스 사업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배민스토어에서는 편의점인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에브리데이와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등 국내 주요 유통 브랜드 매장 총 1만9천여개가 입점해 있다.

삼성스토어, 프리스비, 전자랜드 등 대형 디지털 브랜드 셀러는 물론 영풍문고, 아리따움, 러쉬 등이 입점해 전자제품, 도서, 뷰티 등 다양한 상품을 주문 후 1~2시간 이내 즉시 배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민이 배달 플랫폼의 미래 산업으로 거론되는 로봇 배달에 더욱 공세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로봇공학 산업을 전공하는 한 학계 인사는 "솔직히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완전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술적·법적 제약이 많아 다양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배민은 과거 배달 플랫폼이라는 산업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이를 선도적으로 개척해온 성과를 이룬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스타트업의 개척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해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로봇 배달의 패러다임을 확실히 주도해야 한다"며 "신사업 전개에 리스크가 상존하더라도, 지속되는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결국 미래 먹거리 확보와 '배민만의 사업 아이덴티티 확보'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배민은 배달 로봇과 서빙 로봇을 위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달 로봇의 경우 주상복합·아파트·캠퍼스 등지에서 실증을 거치며 배달 로봇 고도화를 이어오고 있다. 서빙 로봇은 다양한 외식업장, 스크린골프장, 물류회사 등 활용 반경을 높여가고 있으며, 2023년말 기준으로 1천600여개 매장, 2천200여대가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배달 커머스 확장은 물론 다양한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쿠팡이츠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외에 대전, 천안,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로 배달 커머스 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며 "신선식품, 밀키트, 간편식 등 식품군부터 생활용품, 패션, 소형가전, 화훼, 펫 용품 등까지 이용자 요구에 맞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사업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위한 새로운 주문시스템인 '배민오더'와 같은 신규 기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배민 앱 연동 등으로 편의성을 높이고 있으며 배민 상품권도 이제 배민오더를 통해 매장에서도 사용 가능해 범용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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