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연구개발(R&D)과 정책 설계가 시급합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KASA) 회장은 “자율주행차가 21세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빅데이터를 비롯한 기술 수준이 80~90%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래차 인력을 양성 중인 하 회장은 올해 KASA 제10대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하 회장은 “레벨4 이상 완전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판단력은 여전히 사람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예측 불가능한 도로 상황과 비정형 객체 인식, 악천후 환경 대응 등을 위한 정밀 지도, 실시간 위치 정보 정확도 확보 등이 현재 가장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사회적 과제로서 기술과 법·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회장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과 지원에 관한 자율주행차 법률이 제정됐으나,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법·제도는 대부분 포지티브(최소 허용)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법률에 명시된 사항 이외에는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고, 보험 체계나 윤리적 판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며 “사회적 수용성 역시 아직 낮고, 국민 다수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해 불신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 R&D 정책 방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 회장은 기술 융합형 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와 센서, 통신, 사이버보안, 정밀지도 등 자율주행 관련 핵심 기술을 융합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R&D를 지원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간 협업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법·제도 정비와 국민 수용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분담에 대한 법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보험, 교통규제 체계 등도 범부처 단위로 사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 회장은 중소기업 중심 생태계 조성 필요성도 거론했다. 부품·센서·AI, 소프트웨어(SW) 분야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고도화하자는 취지다.
하 회장은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교통과 법률, 윤리, 산업 전반의 복합적 변화를 요구하는 미래 산업”이라며 “기술은 결국 사회와 진화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