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도 '기술주권 워룸' 필요…브레인 홈 코리아 시작해야"

2025-06-17

“해외 인재들이 고향처럼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브레인 홈 코리아’ 선언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싱가포르처럼 첨단기술 인재가 편안하게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국내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서울대 싱크탱크의 제언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첨단기술 분야의 밑거름이 될 기초과학 분야에도 ‘상상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대 석학들의 주장이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응용공학과 교수는 1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개최한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새 정부에 대한 제언’ 연구 발표회에서 “글로벌 우수 인재가 한국을 정착지로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한국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정착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을 맡기도 한 이 교수는 “과학기술을 중시한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정부 차원에서 전 부처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줘야 한다”며 “예컨대 법무부가 해외 인재의 한국 정착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코디네이션을 강화하는 식으로 나서는 식”이라고 밝혔다.

‘브레인 홈 코리아’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는 경직된 이민 과정이 꼽혔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발급하는 스페셜 비자는 제약 조건이 많아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현실을 비교하며 한국의 정책이 더 전향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는 팬데믹 시기 방역 조치로 인해 고급 인력이 유출되자 2023년부터 월 고정소득이 3만 싱가포르 달러(약 3100만 원) 이상인 인재를 대상으로 5년 체류 비자를 제공하는 ‘ONE 패스 체류 비자’를 발급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인재 유치 외에도 과학기술 정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기술 주권 워룸’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산업·통상·인재 정책 등 여러 부처에 걸친 범정부적 이슈”라면서 “전방위적 대응을 위해 대통령이 주도하는 ‘기술 주권 워룸’에서 장·단기적 대책이 통합적으로 모니터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과학 분야에는 ‘발상의 전환’ 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략원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20년 동안 신산업이 전혀 탄생하지 못하고 자동차·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주력산업을 수십 년간 그대로 영위하고 있는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AI를 각 산업 분야에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모든 혁신을 위해서는 금융시장이 나서서 실패 위험이 크고 장기간이 필요한 ‘인내 자본’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유연한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가 맞물려 인력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노동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학과나 전공 과정을 신설하고 정원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진수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행정대학원 교수)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대해 “서울대는 거점 국립대학을 포함한 지역의 국공립·사립대학들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서울대를 포함한 대학 재정 지원의 전향적인 확대를 촉구했다.

서울대 공대 차원에서도 새 정부를 향한 제언이 쏟아졌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같은 날 ‘도전·혁신 공학 인재 양성과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신진 박사 200명에게 5억 원 이상의 연봉과 주택을 제공하는 국가 주도의 AI혁신연구원을 만들고 이공계 신입생 1%에 달하는 혁신 인재를 선발하는 ‘한국판 천인계획’을 제안했다. 김 학장은 “단순히 서울대를 10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 UC버클리, 스탠퍼드 등 우수 대학을 10개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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