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옥탄가 공개 전략... 고급유 시장 "승부수" [시경Pick!]

2025-03-11

"소비자 알 권리 보장... 브랜드 신뢰 확보"

정유 4사 중 유일한 품질 정보 공개

고급 휘발유 시장점유율 14%로 4위

시장 확대 위해 신뢰도 강화

소비자단체 “품질 정보 공개 필요”

고급 휘발유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시장 최하위 주자 에쓰오일이 유종별 품질 정보를 공개하는 독자적 전략을 내세우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고급 휘발유의 옥탄가, 침전물, 황분 디젤의 세탄가 등의 정보를 앱과 홈페이지에서 제공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을 제외한 국내 정유 3사(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휘발유 등 유류 가격만 표기할 뿐, 앱과 홈페이지에서 품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옥탄(아이소테인)가(價)를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급 휘발유 시장 최하위인 에쓰오일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고급 휘발유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고급 휘발유 시장은 2020년 173만배럴에서 2023년 392만배럴로 127% 증가했다. 보통 휘발유 시장 증가율이 16%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성장 폭이 매우 가파르다. 고급 휘발유 취급 주유소도 같은 기간 1042개소에서 1669개소로 62.4% 늘어났다.

이는 고급·수입 차량의 판매율 상승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2020년 16.7%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18.3%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고급 브랜드 모델 대부분은 옥탄가가 높은 고급 휘발유를 넣도록 권고한다. 고급 모델은 엔진을 설계할 때부터 옥탄가를 정한 뒤 여기에 맞춰 압축비와 연료 분사량, 점화시기 등을 미리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 4사는 고부가가치, 높은 성장성을 갖춘 이러한 고급 휘발유 시장을 공략하고자 각사별로 고급 휘발유 브랜드를 출시, 판매 중이다. SK에너지 '에스 가솔린 프리미엄', GS칼텍스 '킥스 프라임', 에쓰오일 '솔룩스', HD현대오일뱅크 '울트라 카젠' 등이다.

고급 휘발유 시장 점유율을 보면 GS칼텍스(44%)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HD현대오일뱅크(23%), SK에너지(18%)가 뒤를 이었다. 에쓰오일은 14% 점유율로 최하위다.

업계 최하위에 놓인 에쓰오일은 고급 휘발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경기 외곽에 옥탄가 높고 신뢰할 수 있는 주유소 좌표 공유 부탁드려요”

“서울에 옥탄가 95 이상 주유소 있나요?”

“어째서 기름값만 표기하고 기름 질(質)은 표기하지 않나요?”

수입차 동호회나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종종 이와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주유소 수도 적거니와, 설사 판매하더라도 옥탄가 확인이 어려운 때가 많은 탓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표시토록 하고 있다. 다만 옥탄가 표기 관련 규정은 찾을 수 없다. 이왕 같은 가격이라면 옥탄가가 높은 고급 휘발유를 주유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돌며 수소문하는 배경이다.

자동차용 휘발유는 크게 1호 ‘보통 휘발유’와 2호 ‘고급 휘발유’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옥탄값이 91~93 사이라면 ‘보통’, 94 이상이면 ‘고급’으로 분류된다. 이때 수치는 RON(Research Octane Number, 연구옥탄가)을 쓴다. RON은 통제된 환경에서 시험용 엔진으로 옥탄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현시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표기법이다.

옥탄가란☞

옥탄가는 휘발유가 연소할 때 노킹 현상을 막아주는 안전성을 수치화한 것이다. 노킹 현상은 휘발유가 고압과 고온 상태에서 폭발할 때 마치 총을 쏘는 듯한 소음을 내는 이상 반응을 말한다.

노킹 현상이 반복되면 차량 내 실린더나 피스톤에 심각한 마모를 유발한다. 부품이 손상되면 출력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연비 저하, 매연 및 소음 증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옥탄가가 높을수록 이러한 이상 현상 빈도가 낮고, 연소 효율도 좋아 고급 휘발유로 분류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고급 브랜드 차량은 출력과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옥탄가 94 이상의 고급 휘발유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동일한 '고급 휘발유'라도 옥탄가가 94인지, 98인지 알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내 정유 4사 중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옥탄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일부 직영점에서 개별적으로 표기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 역시 본사 정책이 아닌 각 주유소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들 정유사는 "옥탄가는 공개 의무가 없으며, 정부가 정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휘발유만 취급하므로 별도 정보 제공이 필요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유사의 행태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에쓰오일은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고급 휘발유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현재 ‘마이 에쓰오일 앱(MY S-OIL APP)’, S-OIL 보너스카드 홈페이지에서 보통/고급 휘발유의 옥탄가부터 물과 침전물, 황분, 디젤 세탄가(디젤 엔진에 사용되는 경유에서 디젤 노크 현상이 잘 발생하지 않는 정도와, 착화성이 좋음을 나타내는 값)는 물론 입고일 정보까지 제공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품질 정보를 제공하고자 수년 전부터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고급 휘발유의 옥탄가와 제품 정보를 공개해 왔다"라며 "앞으로도 제품 신뢰도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고급 휘발유 품질 정보 공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주유소 가격표시판에 옥탄가 정보를 포함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박 의원은 법안 취지로 "주유소마다 판매하고 있는 석유제품 옥탄값이 서로 다르다 보니 운전자들은 깜깜이 소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 인구 절반가량이 자동차를 보유, 운행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알 권리를 증진하는 차원"이라고 적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박 의원실에 문의한 결과 22대 국회에서도 재발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단체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단법인 E컨슈머 이서혜 대표는"같은 고급 휘발유라도 옥탄가에 따라 엔진 효율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품질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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