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 위협...LG이노텍·삼성전기 '긴장'

2024-11-16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과 멕시코 등에 '관세 폭탄'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로 인한 반사이익도 예상되면서 멕시코에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을 추진 중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멕시코 산후안델리오에 증설 중인 공장을 내년 하반기 준공하고, 연내 차량용 카메라 모듈, 라이팅 설루션 등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존 멕시코 공장이 3천평 되는데 작년에 3만평 규모의 부지를 샀으며 이제 설계에 들어가 건물을 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은 2013년 6월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고 모터, 센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증설 공장을 통해 늘어나는 전장 부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중국을 제외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주요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체에 공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은 오는 21일까지 멕시코 생산법인에서 일할 신입·경력사원까지 모집하며 멕시코 전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도 LG이노텍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 위협이 실현되기 어렵고, 미국 내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 대중국 제재 강화 등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클 것이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멕시코는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멕시코 생산 자동차에 연간 240만대까지 관세 면제)을 받고 있다.

또 테슬라, 포드, 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여있는 미국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앞다퉈 자리를 잡고 있는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제치고 지난해 대미 수출액(4천756억달러) 1위를 달성한 멕시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는 동시에 멕시코에 무역 장벽을 쌓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 후 USMCA에 대한 기류가 바뀔 수 있어 멕시코에 있는 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미국 자율주행차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멕시코에 터를 잡은 기업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국 제재가 커질수록 국내 업체들에겐 기회"라며 "중국산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북미 완성차 업체가 못하게 되면 LG이노텍이나 삼성전기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써 자율주행기술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등 테슬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 멕시코에 처음으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기는 현재 속도 조절(슬로우 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 생산법인은 설립했지만 건설을 위한 첫삽은 뜨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 관세 정책를 포함한 여러가지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책 등이 가시화된 다음 멕시코 공장 설립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큰 시장 중 하나가 중국인 만큼 삼성전기는 우선 전장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고신에서 물량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멕시코 공장은 향후 시장 상황을 보고 설립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국제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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