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바다의날 30주년과 해양 빅데이터 시대

2025-05-22

세계는 지금 바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 전통적 해양수산업의 경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며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글로벌 해양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국가마다 연구 데이터를 개방하고,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 관리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22년 연방정부 산하 모든 기관에 연구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연구 제안서에 '데이터관리계획(DMP)'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모든 연구과제에 데이터 관리 계획 제출을 의무화했다. 중국도 2023년 국가 디지털 전략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국가데이터국'을 신설한 데 이어 연구데이터 기반 개방형 연구환경 조성 등 데이터 기반 경제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1차 데이터 산업진흥 기본계획(2023~2025)'을 추진하며 국가 디지털전환에 본격 나섰다. 2023년 '국가 연구 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생산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데이터 개방과 공유는 어느새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해양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해양 빅데이터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 우리나라는 해양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수집·활용하고 있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그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KIOST는 해양 빅데이터 시대에 발맞춰 '해양빅데이터·AI센터'를 설치하고, 지금까지의 연구성과와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해양과학 데이터 오픈 플랫폼(MIDAS)'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분산돼 있던 해양과학 데이터를 전주기 통합관리 체계로 전환하고, AI 기술을 융합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해양 빅데이터 기반 구축과 고도화에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둘째, 생산·수집 데이터를 안정적·영구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셋째, 통합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탐색 효율성과 활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시간 데이터 전송 등 접근성을 높여 국민 누구나 쉽게 해양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해양과학 연구데이터는 단순한 해양과학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환경, 바이오, 에너지, 위성, 지질 자원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 다학제적 정보 자산이다. 국내·외 연구거점, 해양연구선, 수중로봇, 다양한 관측기기 등에서 수집한 방대한 정보는 미래 해양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자산이다.

KIOST는 2022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원으로 '연안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후 현재까지 해양 데이터 개방·공유를 목표로 기후변화, 연안환경, 연안재해 관련 총 457종의 해양 데이터를 공개했다.

공개 데이터는 초·중등 교육용 실감형 콘텐츠 '위기의 도시', 해양환경 보호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바다 가꿈의 날', 연안침식 시계열 시각화 서비스 '연안ON' 등 다양한 공공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확대하면 개인정보를 비롯한 민감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국가 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투명하고 안전한 데이터 활용 체계는 기술혁신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토대다.

다가오는 5월 31일은 '바다의 날' 제정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1996년 제정된 바다의 날은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과 함께 되새기고, 해양개발과 보전의 균형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바다는 단순 자원의 보고를 넘어 첨단 과학기술과 데이터의 융합으로 고품질 자산을 확보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성장의 무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양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품질 해양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해양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은 해양과학 연구성과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 해양재해 예측, 스마트양식, 친환경 해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추동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데이터로 바다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바다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바다의 날 제정에 담긴 의미처럼 국민 모두에게 바다가 주는 새로운 희망의 선물이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hslee@kiost.ac.kr

〈필자〉이희승 원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유기화학 석·박사를 받았다. 2000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들어가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장, KIOST스쿨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 해 5월 제12대 원장에 취임했다. KIOST에서 해양생물자원 연구로 약 120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40여건의 특허 등록을 바탕으로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한국해양바이오학회장, 부산시 과학기술진흥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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