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식사는 매우 공동체적인 행위였다. 가족이든 직장 동료든 혹은 학교 친구든 밥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10년 사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혼자 밥 먹기’, 즉 혼밥이 빠르게 확산되고, 흔한 현상이 됐다. 전통 사회에서는 확대가족이, 산업화 과정에서는 부부·자녀로 이뤄진 핵가족과 직장이 함께 먹기의 단위였다. 이제 많은 한국인들은 집 안과 밖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
혼밥이 일반화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1인가구의 증가다.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거주 형태가 줄어들고, 혼자 사는 사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인가구는 약 750만2000가구로 전체 2177만가구의 34.5%에 달했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1인가구가 늘고 있고, 1인가구의 비중이 가장 큰 연령집단은 만 29세 이하와 70세 이상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혼밥을 할 확률이 높고, 이들에게 혼밥은 선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함께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밥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둘째,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이다. 급속하게 진행된 근대화에도 한국 사회는 비교적 집단주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은 직장인들대로, 대학생들은 대학생들대로 여럿이 함께 식당으로 향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러한 집단주의적 먹기를 불편해한다. 밥 먹을 때라도 혼자 편하게 먹고 싶어 한다. ‘2022년 서울시 먹거리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혼밥을 하는 이유로 ‘혼자 먹고 싶어서’(18.4%)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18.2%)라고 응답한 서울시민들이 꽤 많았다. 혼밥의 긍정적 의미와 개인화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혼밥은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필자도 참여했던 2018년도 신다연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집단과 끼니에 따라 혼밥이 건강에 주는 영향은 다르다. 예컨대 대사증후군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은 아침·점심·저녁 3끼 모두를 혼자 먹는 40∼64세 남성이다. 그중에서도 저녁을 혼자 먹는 것이 가장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식사는 관계적인 의미를 지니기에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저녁밥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앞으로 혼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편의식·외식 등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한 식사, 행복한 먹기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인구집단에 맞는 세밀한 먹거리 정책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예컨대 1인 노인가구의 경우에는 단순히 도시락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형 식당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혼자 놀고, 혼자 먹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를 위해서는 마을부엌 등을 통해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다른 청년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더불어 먹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인가구의 증가와 혼밥의 일상화는 새로운 식재료 공급 방식을 필요로 한다. ‘언니네텃밭’의 꾸러미와 같이 좋은 식자재를 매주 공급하는 방식이 보다 널리 보급되었으면 한다. 기존 농업생산자들도 1인가구를 위한 포장이나 밀키트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공급해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사회 변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먹거리 기회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