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김형균 기자= HD현대중공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 계약 해지 문제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울산이주민센터, 진보당 노동위원회가 28일 울산이주민센터 김태선 국회의원실과 간담회를 열고 제도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E-7-3(일반기능직) 비자로 1년 단위 직고용 후 계약 해지된 스리랑카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울산이주민센터 긴급 토론회에서 도움을 호소한 9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은 계약 해지 후 기숙사에서 쫓겨나 지인의 숙소를 전전하며 생계 위협에 내몰려 있다.
이들은 D-10(구직) 비자를 신청해야 하지만, 한국행을 위해 브로커에게 지불한 1500만~3000만 원의 송출료로 인한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통을 겪고 있다.
진보당 권기백 노동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E-7 비자의 3년 계약 원칙을 무시하고 1년, 심지어 3개월 단기계약을 남발하며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재고용이나 신속한 이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은 “E-9 비자는 송출료가 200만 원 수준인데, E-7-3 비자는 스리랑카 에이전시의 공식 금액 1500만 원에 교육비, 심사비 등이 더해져 거액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계약해지 후 구직 과정에서도 브로커를 통한 추가 비용이 드는 착취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7 비자는 용접·도장 기능인에게 국민총소득(GNI) 80%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야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숙식비 명목으로 월 50만 원을 공제하며 실질 임금을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주 센터장은 “2022년 법무부가 E-7 비자 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비수도권 중견업체에 GNI 70% 이상 예외를 두면서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려는 꼼수가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지부 김규진 정책기획실장은 “계약 만료된 이주노동자들은 용접·도장 기술이 있어 하청업체에서 일할 수 있음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터무니없다”며 “회사가 일정 기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국인은 무료인 식당 밥값과 과도한 기숙사비를 외국인에게만 청구하는 차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태선 의원실 전정원 비서관은 “무분별한 E-7 비자 확대와 단기계약은 지역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형 비서관은 “외국인 노동자 인권, 내국인 고용, 지역경제, 조선산업 경쟁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외국인 노동자 수급 과정에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통한 인력 모집이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됐다. 김현주 센터장은 “원래 코트라를 통해 2년 이상 전문 경력을 가진 인력을 선발했으나, 협회 중심의 모집이 제도적 허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주노동자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되지만, 당사자들의 절박한 상황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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