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자꾸 지는 팀을 응원해야 하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리그 우승과는 멀어진 채 부진을 거듭한 결과다. BBC는 28일 “맨유가 아시아 투어를 통해 옛 영광을 회복하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맨유는 오는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올스타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팬들의 열기는 과거만 못하다. 현지 언론인 하레시 디올은 BBC를 통해 “팬들의 관심은 여전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이전 시절과는 열기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맨유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2012년 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맨유의 전 세계 팬 수는 약 6억 5900만 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었다. BBC는 “한국에서는 박지성 효과로 인해 맨유는 ‘국민 구단’에 가까운 지위를 누렸지만 지금은 상황은 다르다”며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15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맨유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방콕에 거주하는 맨유 팬 나린팟 부냐비라판은 “요즘은 맨유보다 맨체스터 시티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을 훨씬 자주 본다”며 “나처럼 90년대에 맨유를 좋아했던 팬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새로 유입되는 팬층은 대부분 다른 팀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BBC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 아래 맨체스터 시티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며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지지층을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리버풀 역시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매력적인 경기력과 스타성으로 팬심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트넘은 손흥민이라는 아시아 최고 스타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EPL 팀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는 미토마 카오루가 활약 중인 브라이턴이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 선수 한 명의 파급력은 구단 전체의 인지도를 좌우할 정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맨유가 여전히 강력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BBC는 “말레이시아에서 여전히 4만 석 이상 티켓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고, 홍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점은 맨유의 브랜드 파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