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구 400명의 스위스 소도시 이젤트발트(Iseltwald). 하루아침에 관광 명소로 거듭난 알프스 두메산골이다. 이젤트발트의 벼락출세는 드라마 한 편, 그것도 K드라마 덕분이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이 피아노를 연주한 곳이 이 마을이다. 잔잔한 호수와 1.5m 폭의 목재 부두가 전부지만, K드라마에 홀린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모여든다. 별안간 너무 많은 이방인이 몰려오는 게 버거웠을까. 이젤트발트는 2023년부터 관광객 1인에 5스위스프랑(약 8000원)의 소위 ‘셀카 요금(selfie fee)’을 받고 있다.
#2. 전남 신안군 안좌면 남쪽 끝에는 일명 ‘퍼플섬’이 있다. 원래 이름은 반월도와 박지도. 2019년 두 섬을 보라색으로 칠한 뒤 운명이 바뀌었다. 지난 5년간 두 섬은 뽕나무 밭이 바다로 바뀌는 기적을 경험했다. 인적 뜸한 외진 섬에 18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다들 인증 사진을 찍겠다고 찾아온 관광객이었다. 급기야 미국 CNN까지 ‘이색 포토 스폿’이라며 퍼플섬을 보도했다. 퍼플섬의 성공 신화에 신이 난 신안군은 내처 ‘1섬1컬러’ 정책을 밀어붙였다. 홍도는 붉은색, 수선화 섬 선도는 노란색 등 섬마다 색을 입히고 있다.
인증 사진의 시대. 여행에서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조건이다. 촬영 기능을 장착한 휴대전화, 아니 통화도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 나아가 촬영은 기본이고 편집도 뚝딱 해버리는 통신 겸용 디지털카메라를 온 세상 사람이 온종일 쥐고 사는 세상에서 여행은 촬영을 위한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 예외는 없다. 그 콧대 높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문화부도 시대 흐름에 고개를 숙였다. 2014년부터 두 나라 박물관과 미술관의 내부 촬영이 가능하다. 바야흐로 찍혀야 팔리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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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의 백미도 실은 사진에 있다. 항구를 가득 메운 초고층 빌딩,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야경, 기하학적 구도의 골목, 도로를 장식하는 2층 트램과 빨간 택시, 여기에 보기만 해도 식욕을 당기는 음식까지. 홍콩이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올라선 건, 일단 사진으로 담을 게 많아서다. 홍콩백끼도 사진 찍다가 홍콩에서의 한 달을 다 보냈다. 촬영한 사진은 약 4만5000장. 용량은 2000GB에 달한다.
오늘 홍콩백끼의 주제는 ‘홍콩의 전망 좋은 식당’이다. 그렇다고 맛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시각적 즐거움과 혀끝의 만족감을 모두 채워주는 ‘뷰 맛집’ 5곳을 엄선했다. 고백하자면 오늘 출연하는 식당이 경쟁률이 제일 치열했다. 홍콩 맛집은, 저마다 이유로 훌륭한 여행 사진을 만들어내는 곳이어서다.
홍콩 여행을 처음 작정하신다면 ‘일러두기’에서 따로 추린 사진 명당 4곳이 요긴할 테다. 전 세계 MZ세대가 홍콩 여행에서 필수로 발 도장 찍고 간다는 인스타그램 ‘인생샷’ 성지와 개별 촬영 노하우를 정리했다. 오늘 홍콩백끼는 ‘맛집 가이드’보다 ‘여행 가이드’에 가깝다. 맛있는 냄새 솔솔 풍기는.
홍콩 최고의 전망대 - 유카 드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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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허다한 전망 포인트 중에서 가장 멋있는 곳은 어디일까. 홍콩에서 물어보면 못해도 절반은 “빅토리아 피크”라고 답한다. 만장일치 답변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 포인트가 어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