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네덜란드 오가노이드 업체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HUB)’를 인수했다. 오가노이드 제조과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독점 특허로 보유한 곳이다. 오가노이드 개발을 둘러싼 특허 분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머크는 HUB 인수를 위한 확정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거래는 올해 말 완료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왕립 과학아카데미와 위트레흐트 의과대학이 공동 설립한 HUB는 성체 줄기 세포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곳이다.
머크는 이번 인수가 약물 개발 속도를 높이고 동물 실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는 폐, 간 또는 뇌 등 인간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미세조직으로 언제든 해동, 동결이 가능하고 약물 투여 시 반응을 무한정으로 볼 수 있어 동물 실험을 대체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머크가 오가노이드 원천기술 회사를 인수하며 특허 분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UB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 5억 원의 라이선스 비용과 임상시험마다 마진료 등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HUB는 그동안 회사 규모 등의 여건으로 특허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강하게 다투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바이오협회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크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HUB 특허는 오가노이드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고 있어 오가노이드를 사용하려는 회사가 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UB는 성체 줄기세포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기술을 50개 이상의 광범위한 특허로 보호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HUB기술을 활용한 오가노이드가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외 오가노이드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HUB의 기술과 연관돼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특허 리스크에 민감한 머크가 해당 회사를 인수하며 다시 특허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2022년 ‘FDA 현대화법 2.0’을 통해 오가노이드 등 동물 실험이 아닌 다른 방식을 전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화이자 등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오가노이드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래디언트의 자회사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젼스, 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 넥스트앤바이오 등이 HUB와 계약을 맺고 오가노이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의 규모가 2023년 약 14억 2000만 달러에서 2028년 43억 8000만 달러로 연평균 25.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