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향한 어설픈 포퓰리즘

2025-11-13

프로야구는 1982년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KBO의 제1·2대 수장인 서종철 총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다. 3·4대 이웅희 총재는 문화공보부 장관, 5대 이상훈 총재는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6대 오명 총재는 단 26일간 KBO에 머물다 체신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7대 권영해 총재는 국방부 장관, 8대 김기춘 총재는 법무부 장관, 9·10대 홍재형 총재는 경제기획원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11대 정대철 총재는 국회의원 출신이었다. 이 많은 인사 중 임기를 채운 총재는 한 명도 없었다. 영전해서 정치계로 돌아가거나, 개인 비리에 휘말려 사퇴했다.

정치권 총재들과 작별한 KBO는 기업인 총재 시절 성장했다. 12~14대 총재였던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기반을 다졌고, 19~21대 총재였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르네상스를 열었다. 2022년 3월 처음으로 ‘야구인’ 출신 허구연이 24대 총재에 오르자 야구계는 “이제 현장 이해도를 기반으로 진화할 시기가 왔다”며 반색했다. 실제로 KBO리그는 허 총재 체제에서 만개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올해는 1200만 관중까지 돌파했다. KBO와 각 구단 수익이 크게 올라 프로야구 산업화의 기틀도 잡혔다.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야구 열기로 연일 전국이 들썩거렸다.

이런 분위기에 정치권이 슬금슬금 다시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 총재의 법인카드와 해외 출장비 사용 내역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KBO가 매년 정부지원금(220억원)을 받는 기관이라 총재의 과다 지출은 “공적 책무 위반” 영역이라는 거다.

KBO는 지원금 중 139억원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각 구단 사업을 지원한다. 이 자금은 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식 폭로가 나오자 “차기 총재 자리에 관심 있는 정치권의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고개를 들었다. 한 정치인이 뜨거운 여론에 편승해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을 국감장에 세웠다가 망신만 당했던, 2018년의 어느 날을 보는 듯했다.

허 총재가 지난 4년간 다녀온 해외 출장은 모두 각종 대회나 기관 초청에 따른 교류 확대 목적이었다. 지난 6월 체코 출장에선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한 평가전을 성사시켰다. KBO에 회비를 내는 구단들도 “법인카드나 비용 지출에 비례하는 업무량과 성과가 나왔다”는 반응이다. 총재가 특정 커피숍과 제과점에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한 건 분명 이상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KBO 구성원 전체가 땀 흘려 이룬 성과가 순식간에 폄하되는 건 안타깝다. 그 배후에 정치권의 어설픈 포퓰리즘이 도사리고 있다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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