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인공지능(AI) 칩셋 ‘위치 추적’을 위한 초당적 입법에 나선다. 단순한 위치 파악을 넘어 중국 등 적성국에 흘러 들어갔을 경우 칩셋 작동이 정지되는 ‘킬스위치’까지 부착하는 법안이다. 이미 대(對) 중국 전용 칩셋 수출 길이 막힌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계로서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빌 포스터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이 수출 제한 대상 반도체 칩셋에 위치 추적·실행 방지 기능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수주 내 발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법안 적용 대상에는 블랙웰 등 엔비디아 최신 칩셋은 물론 신규 수출 제한 목록에 오른 H20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수출 규정이 특정 모델이 아닌 ‘대역폭’ 등 성능을 제한하고 있는 AMD와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칩셋도 망라한다.
법안이 정조준하는 것은 중국의 AI 칩셋 밀수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에도 싱가포르 등지를 통해 고성능 칩셋을 우회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싱가포르는 미국에 이어 엔비디아의 ‘제2 매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지난 회계연도 싱가포르 매출은 240억 달러(약 33조 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밀수한 칩셋을 바탕으로 딥시크 등 고성능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포스터 의원은 “대규모 반도체 밀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비공개 보고서가 있다”며 “어느 순간 중국 공산당이나 군대가 밀수한 칩들을 이용해 무기를 설계하거나 AI를 만드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중국 특별위원회 의장인 존 몰리나르 공화당 의원도 지지 의사를 비쳤다”며 “이번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입법 방식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법안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 문제는 없으나 초고가인 AI 가속기의 보안과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원격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면 사실상 해킹툴이 심어져 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