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와 첨단기술 이해 얽혀…'알래스카 LNG선 건조' 등 협상 지렛대 활용을"

2025-05-06

한국이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새로운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이 우리 측에 대(對)중국 기술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중국이 보복 조치를 꺼내 들면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의 틈바구니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와 주목된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할수록 한국이 그 일부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미경제연구소는 한미 관계 전문 싱크탱크로 스나이더 소장은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힌다. 스나이더 소장은 “미국이 한국에 중국으로 수출하는 기술에 더 엄격한 통제 기준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당시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계속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과 관련한 예외 조치가 유지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못하게 하는 규제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중국의 대응도 변수다. 스나이더 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이웃 국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본보기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규제에 나서는 나라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는 게 스나이더 소장의 판단이다. 미군의 사드(THAAD) 배치로 중국이 한국 기업 등에 ‘경제적 강압’을 가했던 전례를 우려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국은 인공지능(AI) 등 핵심 및 신흥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복잡한 이해관계에 묶여 있으며 이는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만큼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미국 진영에 속해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라는 미국의 압력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이 무역수지 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주효한 방법 중 하나는 알래스카 LNG”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조선 업체가 LNG 운반선 건조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알래스카 LNG 인프라 개발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넓은 범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LNG 운반선 건조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협조하는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라는 제안이다.

미중 관세전쟁에 대해서는 당분간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나이더 소장은 “10월 말~11월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때까지 미중 간 이견이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양국 정상이 APEC 회의에서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양측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간 문제 해결은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내가 기대하는 것은 문제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미중 간 합의다. 그 정도만 나와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봤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만약 열린다면 내년께”라고 봤다. 그는 “북한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말 완료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 북한의 미국에 대한 입장이 변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어 과거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필요로 하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미북 정상회담이 진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전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나이더 소장은 “분쟁 해결 이론에서 보면 분쟁이 종결되는 조건 중 하나는 ‘상처입은 교착 상태’”라며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종전에 적절한 시점이라 생각했지만 보이는 것보다 상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칭찬하지만 언제 종결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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