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투쟁과 지구전, 그리고 3차 전환

2025-05-05

지난달 25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가 열렸다. 정치국은 핵심 정책을 결정한다.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 규정이다.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열린 4월 회의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다. 대만 언론은 ‘투쟁’, ‘지구전(持久戰·장기전)’, ‘3차 전환’을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꼽았다.

먼저 투쟁. ‘국제 경제무역 투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네 가지 의미를 담았다. 첫째, 트럼프 1기 ‘무역마찰’을 최고 레벨의 투쟁으로 격상했다. 둘째, 수식어 ‘국제’다. 투쟁의 대상을 미국에 한정하지 않았다. 셋째, 투쟁은 대가를 수반한다. 중국 내 기업·국민·산업 심지어 거시경제가 치를 대가까지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넷째, 투쟁의 정의다. 전투는 관세와 무역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술전쟁·화폐전쟁, 심지어 열전(熱戰)도 배제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지구전이다. 1938년 마오쩌둥의 전쟁 교리가 1차 무역 전쟁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베이징의 관방 이론가들은 짧게는 올해 1년, 길게는 트럼프의 한 차례 임기, 더 길게는 10년까지 예상한다. 내년 시작되는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을 미·중 관세전쟁과 연계시켜 수립할 심산이다.

마오는 중·일전쟁 발발 1년 뒤 만연했던 망국론과 속승론(速勝論)을 반박하며 장기전을 계획했다. 전술로는 기동전·유격전·진지전을 제시했다.

중국은 국가의 발전전략을 5년 주기로 세운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상하이에서 지방 책임자들을 소집했다. “정세 변화에 적응하고, 전략적 초점을 파악하라”며 15·5 계획의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세 번째 ‘3차 전환’은 장기전략이다.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두 차례 전환을 겪었다. 첫 전환을 거치며 부동산 산업이 발전하고 산업화 과정이 시작됐다. 그 결과 세계의 공장 중국이 탄생했다. 두 번째 전환은 중공업 전환이었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생산과잉, 디플레이션, 무역마찰을 초래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2차 전환에서 싹텄다.

중국 전략가들은 3차 전환을 제안한다. 산업화를 넘어서 첨단 지능 서비스 산업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소프트웨어·금융·문화관광 등을 통한 발전이다. 이른바 ‘고품질 발전’이다. 지난달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전통산업의 전환과 업그레이드를 전면 추진하라”고 다그쳤다.

중국이 만약 3차 전환까지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진다. 미·중 어느 한쪽에 대해서도 주의를 게을리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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