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川普(Chuānpǔ, 츄안푸)’라고 표기되고 불린다. 관영 중국중앙TV(CCTV) 등 공식 매체에서는 ‘特朗普(Tèlǎngpǔ, 털랑푸)’를 쓰기도 하지만, ‘川普’가 더 대중적인 표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풍자하는 뉘앙스를 담은 새로운 표기법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建国(건국, Jianguo, 지앙궈)’이다. 발음상으로는 전혀 ‘Trump’를 연상시키지 못하는 ‘건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별칭으로 등장한 것은, 말 그대로 ‘오히려 나라(중국)를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라는 비아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트황상’과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 들어 관세 전쟁이 더욱 본격화된 이후, 중국의 네티즌들이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건국’을 쓰기 시작한 구체적인 배경은 이렇다. 우선 트럼프 재집권 이후 기술자립, 내수 소비 확대 등을 위한 중국 내부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면서, 중국에 대한 평판이 상대적으로 개선되고 있기도 하다. 과거 미국의 우방국들까지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며, 중국의 상황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변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고학력 엘리트층까지 ‘중국 내부만 보면 지금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중국이 완전히 고립되었던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과 극적인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며, 적절한 대응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문제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상당수 중국인이 대미 수출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내수 진작만으로는 그들의 생계를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구조적 환경을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공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압박수단으로 미국이 우방국들에 대중국 금융·투자 거래까지 금지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혹은 중국 자본을 유치한 기업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루머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만약 홍콩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경우, 가뜩이나 싱가포르에 경쟁력을 빼앗기고 있는 홍콩의 금융산업은 급격히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혼란을 넘어 동아시아 금융 산업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