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부’

2025-09-07

17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1789년 육군을 관할하는 전쟁부를, 1798년 해군을 관장하는 해군부를 각각 창설했다. 군 체계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10월 출범한 국가군무원이 육해공군을 통합 지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래가진 못했다. 영문 약칭 ‘NME’의 발음이 ‘적(enemy)’과 비슷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1949년 8월 국방부로 개명해 현재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부를 국방부로 개칭했다. 군사력을 침략적으로 비칠 수 있는 선제공격이 아니라 방어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북한도 2020년 인민무력부를 국방성으로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방부의 공식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행정명령을 통해 전쟁부를 국방부의 ‘2차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등은 곧장 전쟁부로 교체됐다.

트럼프는 “나는 방어만 할 생각은 없다. 공격도 원한다”고 했다. 미국의 힘을 과시하길 좋아하는 트럼프가 부처 이름 속 ‘방어’(Defense)라는 단어가 못마땅했을 수 있다.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동맹국에는 ‘알아서 안보를 챙기라’고 해놓고선 미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니 그 인식이 실로 걱정스럽다.

미국이 방어만 한 것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군사작전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미국 아닌가.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2019년 초 ‘김정은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고 북한에 침투하다 북한 어선을 마주치게 되자 어민을 모두 사살하고 철수했다는 지난 5일 뉴욕타임스 보도도 나왔다. 2018년 북·미 대화 국면에서 김정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군사작전을 감행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지금도 가자지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전쟁부 부활이 더 많은 전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길 바란다. 어느 나라든 다른 나라와 싸워야 할 때 이기기 위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겠지만, 싸울 필요 없이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강력한 국가안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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